10년만의 귀환 나홍진 신작 '호프' 후기… 극찬받은 액션, 엇갈린 평가 이유

'추격자', '황해', '곡성'을 통해 한국 스릴러 장르의 미학을 완성했다는 평을 받는 나홍진 감독이 무려 10년 만에 신작 '호프(HOPE)'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개봉 전부터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과 로튼 토마토 신선도 80%를 기록하며 기대를 모은 이 작품은,...

'추격자', '황해', '곡성'을 통해 한국 스릴러 장르의 미학을 완성했다는 평을 받는 나홍진 감독이 무려 10년 만에 신작 '호프(HOPE)'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개봉 전부터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과 로튼 토마토 신선도 80%를 기록하며 기대를 모은 이 작품은, 개봉 직후 평단과 관객 사이에서 극명한 반응을 이끌어내며 올여름 극장가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최근 구독자 350만 명을 보유한 영화 리뷰 채널 '지무비 : G Movie'는 유튜브 최초 공개 클립을 바탕으로 '호프'에 대해 "우주를 뚫고 나가는 폭주기관차 같은 영화"라며 액션의 성취를 극찬했다. 본지는 이러한 대중적 환호를 넘어, '호프'가 한국 영화계에 던지는 미학적 성취와 비평적 한계, 그리고 산업적 의미를 다각도로 짚어보았다.

156분의 질주와 대낮의 정면 승부… 韓 VFX의 새로운 이정표

'호프'를 향한 긍정적 평가의 핵심은 압도적인 시각적 쾌감과 현장감이다. '지무비'가 호평한 대로, '곡성'에 이어 다시 뭉친 홍경표 촬영감독의 1인칭 트래킹 샷은 관객을 끔찍한 재난의 한복판으로 강제로 끌고 들어간다.무엇보다 제작진의 가장 큰 성취는 '대낮의 크리처 액션'이다. 통상적으로 시각효과(VFX)의 한계를 감추고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밤을 배경으로 삼는 크리처물의 문법을 깨고, '호프'는 100%에 가까운 낮 시간대 세팅을 밀어붙였다.익명을 요구한 시각효과 전문가는 "대낮에 거대 크리처의 질감과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구현한 것은 한국 영화 CG 기술이 헐리우드 수준에 근접했음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러닝타임 156분(우연하게도 전작 황해, 곡성과 동일하다) 동안 쏟아지는 날 것의 대사들은 재난 앞의 무력한 인간 군상을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모든 것이 고른 육각형은 아니다… 서사의 부재와 피로감

그러나 화려한 시각적 성취 이면에는 서사의 빈약함이라는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지무비' 역시 리뷰에서 "이 영화는 모든 게 고른 육각형 영화는 아니다"라며 액션에 편중된 극의 구조를 꼬집은 바 있다.실제로 다수의 평론가들은 '호프'의 서사적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영화 평론가 A씨는 "곡성이 남겼던 모호하고도 철학적인 질문, 인물 간의 끈적한 심리전은 증발하고 오직 크리처와의 말초적인 생존 게임만 남았다"며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액션은 초반의 경이로움을 넘어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에게 극심한 감각적 피로감을 안긴다"고 비판했다.재난의 원인이나 인물들의 깊이 있는 서사보다는 보여주기에 급급해 나홍진표 스릴러 특유의 서늘한 깊이를 잃었다는 아쉬움이다.

'호프(희망)'가 상실된 시대의 우화, 그리고 영화계의 다양성 과제

비평적 엇갈림 속에서도 '호프'가 담고 있는 사회적 은유는 곱씹어볼 만하다. 극 중 가상의 시골 마을 '호프(항구)'에 들이닥친 정체불명의 재난은, 오늘날 지방 소멸과 외부의 불가항력적 위기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 공동체의 공포를 시각화한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반어적으로 명명된 희망(HOPE)은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상실감을 대변하는 장치로 읽힌다.나아가 호프의 막대한 흥행 몰이는 한국 영화 산업의 구조적 과제를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수백억 원이 투입된 텐트폴(대작) 영화가 극장가를 장악하는 주류 쏠림 현상 속에서, 관객들은 거대한 자본이 투입된 말초적 쾌감에만 익숙해지고 있다.영화계 한 관계자는 "호프와 같은 기술 집약적 블록버스터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서사와 작가주의가 빛나는 독립 영화나 다양한 장르 영화들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한국 영화의 뿌리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호프는 분명 한국 크리처물의 시각적 한계를 돌파한 야심 찬 프로젝트다. 하지만 그 폭주하는 기관차가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남는 것이 오직 스펙터클뿐이라면, 그것이 진정한 한국 영화의 희망(HOPE)이 될 수 있을지는 관객과 평단이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