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파산일기'인가?… 음악과 영화 사이를 기록하는 아카이브 파산일기는 2025년 3월 개설된 국내 채널로, 소개란에 음악과 영화 사이 어딘가의 아카이브라고 스스로를 설명하고 있다. 구독자는 약 5만9900명이며, 지금까지 378편의 영상을 올려 누적 조회수 464만여...
파산일기는 2025년 3월 개설된 국내 채널로, 소개란에 음악과 영화 사이 어딘가의 아카이브라고 스스로를 설명하고 있다. 구독자는 약 5만9900명이며, 지금까지 378편의 영상을 올려 누적 조회수 464만여 회를 기록했다.이번 영상처럼 영화음악의 제작 과정을 작품별 질문과 엮어 풀어내는 구성이 채널의 특징이다. 영상 설명란에는 제작 과정과 책의 내용을 하나의 흐름으로 전달하기 위해 일부 내용을 압축하거나 재구성했다는 안내도 함께 게재돼 있다.
영화음악 해설 채널 '파산일기'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영상 '조커의 음악엔 멜로디가 없다'가 조회수 11만3617회를 기록하며 꾸준한 관심을 얻고 있다.14분 23초 분량의 이 영상은 좋아요 1917개와 댓글 137개를 받았다. 영상은 작곡가 한스 짐머가 참여한 네 편의 영화를 따라가며, 그가 작품마다 음악의 규칙 자체를 새로 설계해 온 방식을 짚는다.
영상은 첫 작품으로 자동차 경주 영화 「F1」을 꼽는다. 짐머의 음악은 대체로 웅장하고 어두운 음향으로 기억되지만, 이 작품에서는 기존의 무거운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덜어냈다고 영상은 설명한다.작업의 출발점은 경주차의 엔진 소리를 어떻게 음악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F1 차량의 엔진은 회전수가 올라가면 음높이가 함께 높아지고 기어를 바꿀 때 리듬이 끊겼다 이어져, 그 자체로 음악적 성질을 지닌다는 것이다.짐머는 거대한 엔진음과 음악을 맞붙이는 대신 엔진이 만든 박자 안으로 음악을 들여보냈고, 전자음과 드럼이 속도를 따라간 뒤 기타와 오케스트라가 차례로 얹히는 구조를 택했다고 영상은 전했다.
영상은 「다크 나이트」의 핵심을 배트맨과 조커의 물리적 대결이 아니라 질서와 혼돈의 충돌로 해석한다. 짐머는 조커를 위해 관객이 본능적으로 불편함을 느낄 만한 소리를 찾았고, 오래된 신시사이저의 음향과 현악기의 거친 소리, 여러 종류의 소음을 실험한 것으로 소개된다. 영상은 끝없이 상승하는 듯한 불안을 설명하며 셰퍼드 톤의 원리를 든다. 옥타브가 다른 여러 음을 겹쳐 높은 음은 서서히 지우고 낮은 음을 계속 더하면, 실제로는 제자리를 맴돌면서도 귀에는 음이 무한히 올라가는 것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조커의 음악이 기억하기 쉬운 선율을 피한 이유는 그 인물을 이해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존재 자체를 긴장으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영상은 정리한다.
「인터스텔라」의 음악은 우주나 과학적 설정이 아니라 가족의 감정에서 시작됐다고 영상은 전한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각본도 우주선도 보여주지 않은 채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를 담은 짧은 이야기만 건네고, 하루 동안 그 감정만으로 곡을 써달라고 요청했다는 설명이다.짐머가 자신의 아이를 떠올리며 만든 단순한 선율에서 놀런이 영화 전체의 감정적 중심을 발견했고, 두 사람은 파이프오르간을 중심 악기로 골랐다. 공기를 밀어 넣어 소리를 내는 이 악기에는 기계의 굉음과 인간의 호흡이 동시에 담겨, 한 사람의 사적인 감정이 우주적 크기로 확장되는 영화 구조와 맞았다는 해석이다.
「듄」에서 짐머가 마주한 문제는 먼 미래와 다른 행성을 다룬 영화에 왜 오늘날의 오케스트라가 그대로 들려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기존 작곡법을 반복하는 대신 현실에 없는 악기와 연주법을 새로 만들기로 했고, 미래를 표현하기 위해 오히려 가장 오래된 악기인 인간의 목소리로 돌아갔다.보컬은 가사를 전달하기보다 호흡과 비명, 기도와 명령 사이의 원초적 감각을 만들어내며, 생존 신호처럼 들리던 소리가 종교와 권력의 언어로 확장된다. 영상은 보컬리스트 루아르 코틀러와의 협업, 조각가이자 악기 제작자인 채스 스미스가 대형 금속 구조물과 PVC 파이프로 만든 악기 등 공동 작업의 결과라는 점도 함께 짚었다.멜로디를 붙이는 대신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맞는 소리의 체계를 매번 새로 세운다는 점에서, 이 영상은 영화음악을 배경이 아닌 서사의 일부로 다시 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