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고 꽂혀서 게임 켰다"… 스크린 흥행이 쏘아 올린 게임, 역주행 열풍

신작 출시나 대규모 업데이트가 없는데도 수년 전 발매된 게임의 접속자가 갑자기 폭증하는 현상이 게임 업계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그 기폭제는 뜻밖에도 게임 밖 영상 콘텐츠다. 극장가와 OTT를 강타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이 원작 또는 관련 세계관을 공유하...

신작 출시나 대규모 업데이트가 없는데도 수년 전 발매된 게임의 접속자가 갑자기 폭증하는 현상이 게임 업계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그 기폭제는 뜻밖에도 게임 밖 영상 콘텐츠다. 극장가와 OTT를 강타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이 원작 또는 관련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임으로 팬들을 돌려세우고 있는 것이다.게임 전문 유튜브 채널 '게임잡지 GTOPIA'는 지난 13일 공개한 영상("놀란의 '오디세이'가 게임까지 떡상시켰다!? 영화 때문에 떡상한 게임 TOP 10!")을 통해 영상 콘텐츠의 성공과 함께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은 게임들의 극적인 역주행 사례를 짚었다. 본지는 해당 영상의 분석을 바탕으로, 미디어 믹스가 게임 IP(지식재산권) 수명 연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했다.

놀란의 '오디세이'가 살려낸 8년 전 고대 그리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영화 '오디세이'가 불러온 나비효과다. 영화가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바탕으로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장엄하게 그려내자, 고대 그리스에 매료된 관객들의 시선이 2018년 출시된 유비소프트의 게임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로 향했다.흥미로운 점은 두 작품이 전혀 다른 IP와 시대적 배경(영화는 고대, 게임은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불러일으킨 그리스 역사에 대한 호기심이 게임 참여 지표를 무려 90%나 끌어올리는 기현상을 만들어냈다.이와 유사하게 최근 극장가를 강타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역시 세계관이 다른 인섬니악의 '마블 스파이더맨' PC 버전 스팀(Steam) 접속자를 급증시키며 영화의 화제성이 게임으로 직결됨을 증명했다.

드라마·애니메이션 시청자, 게임 속으로 직접 뛰어들다

기존 게임 IP를 활용해 제작된 영상물이 대성공을 거두며 원작 게임에 심폐소생술을 한 사례도 적지 않다.- 폴아웃 (Fallout) : 2024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공개된 실사 드라마 '폴아웃'은 시리즈 전체를 부활시켰다. 드라마 방영 직후 '폴아웃 4'와 '폴아웃 76'은 스팀 최고 동시 접속자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2010년 작인 '폴아웃: 뉴 베가스'까지 유저가 몰리며 하루 전체 플레이어 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영상에서 본 볼트보이와 파워 아머를 직접 체험하려는 시청자들의 발길이 수십 년간 쌓인 게임 시리즈 전체로 이어진 것이다.- 위쳐 3 : 와일드 헌트 (The Witcher 3): 2019년 넷플릭스 드라마 '위쳐' 공개 당시, 원작 게임인 '위쳐 3(2015년 출시)'의 미국 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무려 554%나 폭등했다.- 라스트 오브 어스 (The Last of Us) : 2023년 HBO 드라마 방영 직후, 원작 게임 파트 1과 리마스터 버전의 판매량은 각각 238%, 322% 급증했다. 결말이 이미 알려진 10년 전 게임임에도 새로운 유저들을 성공적으로 끌어들였다.

애니메이션이 구원한 '사이버펑크 2077'과 '롤(LoL)'

출시 초기 심각한 버그와 최적화 문제로 스토어에서 판매가 중단되는 굴욕을 겪었던 '사이버펑크 2077(2020)'은 2022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사이버펑크: 엣지러너'를 통해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애니메이션의 압도적인 인기와 맞물린 대규모 패치 덕에 신규 및 복귀 유저가 몰리며 하루 100만 명 이상이 게임을 즐겼고, 이는 확장팩 '팬텀 리버티'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되었다.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아케인(2021)' 역시 '리그 오브 레전드(LoL)' 내 징크스, 제이스, 바이 등 애니메이션 주역 캐릭터들의 픽률을 3~4배가량 수직 상승시켰다. 영상 콘텐츠가 유저들의 실제 인게임 플레이 방식까지 바꿔놓은 상징적인 사례다. 이 외에도 '마인크래프트'와 '데빌 메이 크라이' 등이 각각 영화와 애니메이션 개봉을 기점으로 판매량과 접속자가 폭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게임잡지 GTOPIA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과거에는 게임이 영화를 홍보하는 수단에 그쳤다면, 이제는 영상 콘텐츠를 통해 유입된 시청자들이 자발적으로 원작 게임의 세계관을 탐험하고 소비하는 역방향 시너지가 대세가 되었다"고 분석했다.잘 만든 영상 콘텐츠 하나가 수십 년 된 게임 IP를 단숨에 현역으로 끌어올리는 시대. 게임사들이 단순한 게임 개발을 넘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와 손잡고 적극적인 IP 유니버스 확장에 사활을 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