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의 건강검진 시스템이 매우 잘 갖춰져 있어, 누구나 정기적으로 다양한 암 검진을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민간 검진을 통해 뇌 MRI, PET-CT, 각종 초음파 등을 추가한 수백만 원대의 프리미엄 검진을 받는 이들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의 건강검진 시스템이 매우 잘 갖춰져 있어, 누구나 정기적으로 다양한 암 검진을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민간 검진을 통해 뇌 MRI, PET-CT, 각종 초음파 등을 추가한 수백만 원대의 프리미엄 검진을 받는 이들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검사를 많이, 자주 받을수록 내 몸속의 암을 완벽하게 조기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하지만 의학의 세계는 대중의 기대만큼 단순하지 않다. 서울대학교병원 공식 유튜브 채널 '서울대병원tv'는 지난 17일 과학 유튜버 '사물궁이'와 협업한 영상('건강검진으로 모든 암을 미리 발견할 수 있을까?')을 통해, 우리가 건강검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해와 진실을 명확히 짚어주었다. 본지는 해당 영상을 바탕으로 건강검진의 한계와 올바른 활용법을 정리했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들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이상 소견이 곧 암 확진을 의미하지 않으며, 반대로 정상 소견이 암이 100% 없다는 것을 보장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저선량 폐 CT에서 발견된 작은 결절이 대표적인 예다. 이를 무조건 암으로 의심해 곧바로 조직 검사나 수술을 감행하면 기흉이나 출혈, 폐 기능 손실 등의 위험이 따를 수 있다. 결절의 상당수는 암이 아닌 단순 염증이나 과거 감염의 흔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정 기간 추적 관찰을 우선시한다.반대로 위·대장 내시경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음에도 다음 검진 주기가 오기 전에 암이 발견되는 이른바 '간격암(Interval Cancer)' 사례도 존재한다. 내시경은 카메라로 점막 표면을 훑는 방식이기에 시야의 제한이 있으며, 아주 작거나 납작하게 퍼진 병변은 기술적으로 놓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유방 검진 역시 한국 여성에게 흔한 '치밀 유방(X선 상 하얗게 나타남)'의 특성 때문에 초음파를 병행하곤 하지만, 이는 암 발견율을 높이는 동시에 암이 아닌 양성 병변까지 암으로 의심하게 만드는 부작용(위양성)을 동반한다.
최장암이나 난소암처럼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일반적인 영상 기술로 발견하기 까다로운 암들은 꼼꼼한 건강검진으로도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전신을 스캔하는 고가의 PET-CT나 MRI를 주기적으로 찍는 것은 어떨까?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검사 추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장 큰 문제는 '과잉 진단'이다. 평생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매우 천천히 자라는 암이나 단순 양성 변화까지 잡아내어, 불필요한 수술과 치료로 환자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물론 수술 합병증이라는 장기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방사선 노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복부 CT 한 번을 찍을 때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단순 흉부 X선의 100여 장 수준에 달하며, PET-CT는 이보다 훨씬 높다. 특별한 의학적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전신 스캔을 감행하는 것은 건강에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건강검진은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의 위험 인자를 조기에 파악하고 관리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모든 암을 찾아내는 마법의 스캐너'는 아니다. 검진은 암이 아닌 것을 암으로 의심해 불필요한 걱정을 만들지 않는 것과, 진짜 암을 찾아내는 것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다.서울대병원 측은 "건강검진은 무조건 자주, 많이 받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며, 목적과 한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무엇보다 최근 검진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더라도 몸에 새로운 이상 증상이 나타나 지속된다면, 검진 결과지를 맹신하지 말고 즉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내 몸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태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