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거부하는 사회, 반취약성 잃어버린 청년들… 팅커벨 부모 현상이 던지는 경고

최근 기업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서 신입사원의 부모가 직접 연봉 협상을 요구하거나 출근 여부를 문의하는 이색 풍경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의 과보호 아래 놓인 이른바 '팅커벨 부모'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시작된 심리 중...

최근 기업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서 신입사원의 부모가 직접 연봉 협상을 요구하거나 출근 여부를 문의하는 이색 풍경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의 과보호 아래 놓인 이른바 '팅커벨 부모' 현상이다.전문가들은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시작된 심리 중심 교육 체계가 국내에 무분별하게 도입되면서, 청년 세대가 자생력을 잃고 지나치게 취약해졌다고 지적한다.

작은 심리적 상처도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

인사 관리 현장에서 발생하는 부모의 개입 사례는 더 이상 일부 특이한 가정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에는 자녀가 사회에서 큰 실패를 겪지 않도록 돕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작은 심리적 불편함조차 차단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승패를 가리지 않거나, 상장을 교무실에서 개별 수령하게 하는 문화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자녀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쓸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과보호 정서에서 비롯된다. 어려서부터 갈등과 상처를 원천 차단당한 아이들은 성인이 된 이후 직면하는 현실의 벽 앞에서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가 야생의 바람을 견디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국 부유층 학문이 만든 의도치 않은 부작용

문화평론가들은 이 같은 과보호 문화의 기원을 1990년대 중반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 부유한 지역의 교육 트렌드에서 찾는다. 당시 미국 학계에서는 아동기 트라우마가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학교에 심리 치료사를 상주시키는 등 학생들의 심리 방어벽을 세우는 데 집중했다.문제는 이 과정에서 제도의 성과를 증명하기 위해 아이들의 사소한 심리 변화까지 기록하고 리포트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부모들은 매일 자녀의 교우 관계나 정서적 취약점을 통보받으며 불안감을 키웠고, 이는 과도한 개입으로 이어졌다. 한국 사회는 이 같은 미국 부유층의 엘리트 교육 담론을 비판 없이 수용해 보편적 지침으로 제도화했다.

겪을수록 단단해지는 인간의 반취약성

미국 교육학계와 심리학계에서는 최근 과보호 교육의 대안으로 나심 탈레브가 제안하고 조나선 하이트 박사 등이 설파한 반취약성(Antifragile) 개념에 주목하고 있다. 세상의 물질은 충격을 받으면 깨지는 '취약성(Fragile)', 충격을 견디는 '회복탄력성(Resilient)', 그리고 충격을 받을수록 더 단단해지는 '반취약성'의 세 가지로 나뉜다.인간의 신체와 정신은 부딪힐수록 강해지는 반취약성의 특성을 지닌다. 근력 운동을 할 때 근육에 미세한 파열이 일어나고, 이것이 치유되면서 더 단단한 근육이 생성되는 원리와 같다. 마음 역시 적절한 수준의 스트레스와 좌절을 겪고 이를 스스로 극복하는 과정을 반복해야만 비로소 어른의 밀도를 갖추게 된다.

전망

학교와 가정은 자녀가 평생 마주할 불공평하고 거친 세상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훈련장이 되어야 한다. 청소년기의 실패는 자산이나 명성이 걸리지 않은 안전한 연습 게임이기 때문이다.연습 게임에서 다칠까 봐 뛰지 못하게 막는다면, 실전 사회에 나간 청년들이 자립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상처를 원천 차단하는 법 대신, 사소한 좌절과 함께 성장하는 법을 가르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