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흉물로 전락한 공중정원, 땡볕·벌레·균열에 시민들 외면 서울역 앞 고가도로를 녹지화하여 조성된 공중보행로 '서울로 7017'이 관리 부실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7년 개장 당시 서울시는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High Line Park)를 표방하며 도심...
서울역 앞 고가도로를 녹지화하여 조성된 공중보행로 '서울로 7017'이 관리 부실 논란의 중심에 섰다.2017년 개장 당시 서울시는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High Line Park)를 표방하며 도심 속 공중공원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흐른 현재, 시민들의 쉼터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땡볕과 벌레, 시설 노후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최근 유튜브 채널 '취재대행소 왱'이 공개한 영상(서울역 고가도로는 왜 관리가 잘 안될까?)은 이러한 서울로 7017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했다.본지는 해당 영상의 문제 제기를 바탕으로, 관련 전문가 인터뷰와 서울시의 예산 자료 및 시설 관리 현황을 교차 검증하여 서울로 7017이 안고 있는 총체적 문제점과 정책적 시사점을 짚어보았다.
서울로 7017의 부실은 단순히 관리의 문제가 아닌,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1970년에 준공된 서울역 고가도로는 2006년 정밀안전진단에서 철거가 불가피한 D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2014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전면 철거 대신 '보행교 전환'이라는 도시재생 카드가 급작스럽게 채택되었다.문제는 노후화된 교량의 구조적 안전성 때문에 흙을 깊게 덮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울창한 숲길을 조성한 뉴욕 하이라인 파크와 달리, 서울로 7017은 뜨거운 콘크리트 바닥 위에 원형 화분을 줄줄이 늘어놓는 기형적인 형태가 되었다.여름철 시민들이 땡볕을 피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병해충(걸레벌레 등)까지 창궐해 긴급 방역에 나서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바닥 균열과 난간 유리 파손, 잇따른 투신 사고 등 안전 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다.정치적 지형 변화에 따른 예산 삭감도 관리 부실을 가속화했다. 전임 시장의 핵심 상징 사업이었던 서울로 7017은 시장 교체 이후 정책적 관심도에서 밀려났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18~2021년 당시 연간 40억 원 안팎이던 관리 예산은 현재 15억 원 수준으로 반토막 난 상태다. 서울시 측은 "수목 및 시설 관리를 꾸준히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으나, 축소된 예산 아래 시민들이 체감하는 관리 수준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늘어날 막대한 유지관리 비용이다. 노후 교량 위에 조성된 식재와 관수 관로 시스템은 일반 교량보다 관리가 훨씬 까다로우며, 누수 등 지속적인 보수 공사를 요구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전 위험도와 유지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이에 대해 도시공학 및 건축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제대로 조성되었다면 훌륭한 경관 자원이 되었겠지만, 현재는 만들지 않은 것만 못한 시설이 되었다"며 "노후 고가차도의 위험성이 갈수록 증가하고, 유지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철거나 기능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반면, 서울시는 "현재로서는 철거나 기능 전환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로 7017의 현주소는 충분한 구조적 검토와 장기적 계획 없이, 정치적 슬로건과 벤치마킹에만 치중한 '보여주기식 도시재생'이 낳은 씁쓸한 결말이다. D등급을 받은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생명을 억지로 끼워 넣은 대가는 고스란히 시민의 세금과 불편으로 돌아오고 있다.철거를 앞둔 시설물을 재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취지 자체는 훌륭했으나, 현실적인 한계를 무시한 무리한 추진은 결국 애물단지를 낳았다. 도시재생은 화려한 조감도와 단기적인 성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시는 더 늦기 전에 서울로 7017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투명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존폐 및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