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97년을 끝으로 29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 사회에서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반면, 이웃 나라 일본은 1년 2개월 만에 또다시 사형을 집행하는 등 여전히 사형제를 적극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UN과 국제 인권 단체들의 지속적인 폐지 요...
우리나라는 1997년을 끝으로 29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 사회에서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반면, 이웃 나라 일본은 1년 2개월 만에 또다시 사형을 집행하는 등 여전히 사형제를 적극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UN과 국제 인권 단체들의 지속적인 폐지 요구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사형제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유튜브 채널 '취재대행소 왱'이 지난 7일 게재한 영상(한국은 29년간 집행 안함, 일본은 왜 사형을 집행할까?)을 통해 일본 사회 저변에 깔린 사형제 유지의 세 가지 핵심 배경을 짚어봤다.
일본이 사형제를 유지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자국민의 확고한 지지 여론이다. 일본 내각부가 5년마다 실시하는 사형제 찬반 조사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사형제 찬성 비율은 매번 80%를 꾸준히 넘고 있다. 가장 최근 조사인 2024년 통계에서도 찬성률은 83%를 기록했다.일본 정부는 국제 사회의 압박보다 극악한 범죄에 대해 사형이 불가피하다고 믿는 압도적인 국내 여론을 근거로 사형 폐지 조약에 서명하지 않고 있다.
일본에는 사형 선고를 가늠하는 구체적이고 관례화된 기준이 존재한다. 1968년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 이름을 딴 '나가야마 기준'이 그것이다.일본 사법부는 범행의 잔혹성, 피해자 수, 유족의 감정 등 9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따져 사형 선고의 필요성을 판단한다. 일례로 '4명 이상을 살해한 경우 원칙적으로 사형이 선고된다'는 관례가 있다. 이 기준은 흉악범에 대한 사형 선고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다만 사형이 되돌릴 수 없는 궁극의 형벌인 만큼, 법 확정 후 6개월 이내에 집행해야 한다는 법 규정과 달리, 실제로는 오심 가능성을 철저히 확인하기 위해 길게는 수십 년의 시간을 두고 집행 여부를 신중히 결정한다.
일본 특유의 역사적·문화적 속성도 사형제 유지에 큰 몫을 한다. 일본 사회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죽음으로 책임지거나 속죄해야 한다는 의식이 깊이 뿌리내려 있다.내각부 조사에서 사형제 존치를 지지하는 응답자의 55.5%가 "흉악 범죄는 목숨으로 갚아야 한다"고 답했다. 피해를 되돌릴 수 없는 만큼 가해자 역시 자신의 생명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강한 엄벌주의와 응보 정서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엄벌주의 기조 탓에 일본의 사형 집행 방식은 사형수에게 매우 가혹하다. 미국이 약물 주사나 질소가스 주입 등 다양한 방식을 채택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 오직 교수형만을 고집한다. 이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잔혹하다며 위헌 소송이 제기된 바 있으나, 일본 법원은 다른 방식에 비해 특별히 잔혹하지 않다며 이를 기각했다.또한, 사형 집행일은 당일 아침에 통보된다. 이로 인해 일본의 사형수들은 매일 아침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가며, 심각한 우울증을 앓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흉악범을 대하는 한국과 일본 사법부의 극명한 온도 차. 29년째 사형 집행 시계가 멈춰 있는 한국 사회에도 범죄자의 인권과 피해자의 눈물 사이에서 궁극의 형벌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다시금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