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한다는 것이 곧 파란색 알파벳 e모양의 아이콘을 누르는 것과 같았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은행 업무나 연말정산, 인터넷 쇼핑을 하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웹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 접속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사람은 아...
인터넷을 한다는 것이 곧 파란색 알파벳 e모양의 아이콘을 누르는 것과 같았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은행 업무나 연말정산, 인터넷 쇼핑을 하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웹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 접속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IT 지식 전문 유튜브 채널 '라라밸'은 최근 영상을 통해 한때 전 세계 웹 시장을 90퍼센트 이상 장악했던 절대 강자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어떻게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그 역사적 배경과 구조적 원인을 상세히 조명했다.
1990년대 중반, 대중에게 인터넷을 열어준 대표적인 브라우저는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브라우저 안에서 구동되는 자바 등의 범용 기술이 발전하면 자사의 핵심 수입원인 윈도우 운영체제의 독점적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크게 우려했다.위기감을 느낀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브라우저를 무료로 배포하고, 윈도우 95 운영체제에 익스플로러를 기본 탑재하는 강수를 두었다. 또한 웹 표준을 따르기보다 자사 브라우저에서만 작동하는 전용 기술을 무리하게 추가하여, 웹사이트 제작자들이 어쩔 수 없이 익스플로러 환경에 맞추도록 유도했다.결국 넷스케이프는 무너졌고, 익스플로러는 2000년대 초반 글로벌 점유율 90퍼센트를 넘기며 시장을 완전히 독점하게 된다.
글로벌 독점의 흐름은 아파트 중심의 초고속 인터넷망이 빠르게 보급되던 한국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특히 한국은 온라인 금융 거래와 전자 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강력한 보안 시스템이 요구되었는데, 이때 채택된 기술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브X 기반 인증이다.공인인증서, 키보드 보안, 백신 등 모든 필수 보안 프로그램이 익스플로러의 액티브X 규격으로만 제작되면서, 한국 인터넷 환경은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중요한 업무를 아무것도 처리할 수 없는 심각한 기술적 종속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영원할 것 같던 독점 체제는 2001년 윈도우 XP와 함께 등장한 익스플로러 6 버전 이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랫동안 굵직한 기술 업데이트를 방치하는 사이, 2008년 구글이 압도적인 속도와 웹 표준 호환성을 무기로 내세운 크롬 브라우저를 출시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2012년 크롬이 익스플로러를 꺾고 1위를 차지하는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글로벌 트렌드 변화에도 불구하고 낡은 액티브X 체제에 발목이 잡혀 있던 한국 시장은 2014년 방영된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열풍을 계기로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른바 천송이 코트 사태다. 극 중 주인공이 입은 코트를 구매하려던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쇼핑몰의 복잡한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장벽에 막혀 결제에 실패하는 해프닝이 발생하며, 한국 웹 환경의 낡은 폐쇄성이 전 세계적인 조롱거리로 전락한 것이다.이 사태를 계기로 전자상거래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이 전격 폐지되었고, 보안 위험과 잦은 오류를 유발하는 익스플로러를 고집할 명분이 사라졌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마저 구형 익스플로러 버전의 보안 지원을 차례로 종료하면서, 한국 역시 2016년 4월을 기점으로 크롬이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을 추월하는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크로미움 엔진 기반의 새로운 브라우저 엣지로 노선을 전면 수정했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익스플로러는 2022년 데스크톱 지원이 최종 종료되며 디지털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퇴장했다. 영원한 1등은 없으며, 현실에 안주해 기술 혁신을 멈추고 사용자의 불편을 외면한 독점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냉혹한 진리를 남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