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일수록 더 갖고 싶다... 명품 브랜드가 매장을 불투명하게 짓는 건축학적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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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셜록현준'이 말해주는 명품매장 건물의 비밀
화려한 조명과 투명한 유리창으로 고객을 유혹하는 일반 매장과 달리, 루이비통이나 에르메스 같은 최고급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왜 내부가 잘 보이지 않게 설계될까?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을 통해 명품 매장 파사드(건물 정면)에 숨겨진 고도의 심리적·건축적 전략을 분석했다.
유튜버 '셜록현준'은 누구인가?
홍익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이자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전문 건축가로, 인문학적 시선으로 건축과 도시를 해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건축과 인문학의 결합이 단순히 건물의 아름다움을 논하는 것을 넘어, 왜 그런 건물이 지어졌는지, 그 안에는 어떤 사회적 욕망과 전략이 숨어 있는지를 분석한다.
아무나 환영하지 않는다... 게이트가 만드는 '선택받은 자'의 자부심
유현준 교수는 명품 매장의 불투명한 파사드를 '폐쇄성'을 통한 '권위 형성'의 도구로 정의했다.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애플 스토어의 '극단적 투명성'과는 정반대의 전략이다. 유 교수는 "입구를 찾기 어렵게 만들거나 문지기를 세워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것은 자금성 같은 고대 궁궐의 게이트 전략과 유사하다"며,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 입장한 고객에게 '나는 이곳에 올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특별한 자존감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빛은 투과하되 시선은 차단... 유리 블록과 패턴의 마법
명품 브랜드들은 내부를 감추기 위해 다양한 건축 재료를 활용한다.
도쿄 긴자의 에르메스 매장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유리 블록'을 사용해 빛은 받아들이되 안팎의 시선은 완벽히 차단했다. 프라다 매장은 다이아몬드 형태의 특수 유리를, 디올 매장은 구부러진 아크릴 패널을 이중으로 설치해 독특한 깊이감을 주면서 내부 노출을 최소화했다.
인터랙티브 파사드 : 움직이는 고객을 따라 변하는 건물
특히 유 교수는 준 아오키가 설계한 나고야의 루이비통 매장을 주목할 만한 사례로 꼽았다.
두 개의 체크무늬 격자를 겹쳐 만든 이 건물은 보행자의 움직임에 따라 물결이 이는 듯한 '모아레(Moire) 현상'을 일으킨다. 이는 단순한 LED 광고판과는 차원이 다른, 건축물 자체의 물성을 활용해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혁신적인 시도라는 평가다.
"창문이 없을수록 랜드마크가 된다"... 호기심 자극하는 무창 건축
유 교수는 "건축 파사드를 가장 흥미롭게 만드는 방법은 창문을 없애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라미드나 고인돌처럼 창문이 없는 거대한 매스(덩어리)는 그 자체로 무게감과 신비로움을 자아내며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최근 성수동 등에 생겨나는 명품 팝업 스토어들이 SNS 노출 효과를 노리면서도 독특한 외관을 고집하는 이유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유현준 교수는 "명품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을 넘어, 건축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고객에게 특별한 공간적 체험을 선사하는 예술 작품"이라며, "앞으로 우리 도시의 명품 거리들이 어떤 창의적인 파사드로 변모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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