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20년의 역사> 친구들과 동영상 공유하려던 페이팔 직원들이 만든 디지털 혁명
세 청년의 '작은 아이디어'가 5,500억 달러 미디어 제국이 되기까지[디지털 미디어] 2024년
연간 수익 540억 달러 돌파...구글 인수 당시 16억 달러에서 300배 이상 성장
2005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아파트에서 열린 디너파티. 스티브 첸은 그날 찍은 동영상을 친구들과 공유하려다 좌절했다. 이메일
첨부파일 용량 제한 때문에 전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쉽게 공유할
방법은 없었다.
"모든 성공이 소설처럼 극적인 계기로 시작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아주 작은 아이디어나 필요에 의해 충동적으로 시작된다." 첸이
훗날 회상한 말이다. 그 작은 불편함이 20년 후 전 세계 27억 명이 사용하는 거대 플랫폼을 탄생시킬 줄은 몰랐을 것이다.
페이팔 동료들의 두 번째 창업
첫 번째 유튜브 동영상 "Me at the zoo"를
업로드한 자웨드 카림(45), 디자이너 출신 차드 헐리(48), 그리고
개발자 스티브 첸(46). 이들 세 명은 모두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의 초기 직원들이었다.
카림은 동독 출신으로 어린 시절 서독을 거쳐 미국으로 이주했다. 방글라데시계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페이팔에서 실시간 사기방지 시스템을 설계했다. 펜실베이니아
출신 헐리는 페이팔 로고를 디자인한 장본인이다. 타이완에서 태어나 8세에
미국으로 온 첸은 어린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에 재능을 보였다.
1999년 페이팔에서 만난 이들은 주당 80~90시간씩 일하며 호흡을 맞춰갔다. 2002년 이베이가 페이팔을 15억 달러에 인수한 후, 이들은 새로운 도전을 꿈꿨다.
데이팅 사이트에서 동영상 플랫폼으로
2005년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이들은
'YouTube.com' 도메인을 등록했다. 처음 구상은 동영상을 활용한 데이팅 사이트였다. "Hot or Not" 웹사이트에서 영감을 받아 동영상으로 연인을 찾는 서비스를 만들려 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크레이그스리스트에 매력적인 여성들에게 100달러를 주고 동영상 업로드를 요청하는 광고를 냈지만, 충분한
콘텐츠를 모으기 어려웠다. 결국 이들은 방향을 틀었다. 모든
종류의 동영상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기술적 도전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동영상 파일은 용량이 크고 호환성
문제가 심각했다. 이들은 Flash Player 8의 코덱을
활용해 동영상을 압축하고 웹브라우저에서 즉시 재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코끼리 동영상으로 시작된 역사
2005년 4월 23일 오후, 카림은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18초짜리 동영상을 촬영했다. 코끼리 우리 앞에서 "이 녀석들의 멋진 점은 정말, 정말, 정말 긴 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싱겁게 말하는 영상이었다.
'Me at the zoo'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이 유튜브 역사상
첫 번째 업로드 영상이 됐다. 현재까지 3억 6천만 회 이상 조회되며 인터넷 역사의 기념비적 콘텐츠로 남아있다.
5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유튜브는 하루 3만 명의 방문자를 끌어모았다. 11월에는 나이키의 호나우지뉴 광고가
첫 10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12월 15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하루 2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16억 달러의 '도박'이 300배 수익으로
2006년 여름, 유튜브는
하루 1억 조회수를 서비스하고 있었다. 같은 해 10월 16일, 구글이
놀라운 제안을 했다. 16억 5천만 달러에 유튜브를 인수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무모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수익 모델이 불분명한 스타트업에 거액을 투자하는
것이 과연 옳은 판단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현명한 인수
중 하나였다.
창립자들의 지분 배분은 역할에 따라 달랐다. 헐리는 3억 4,560만 달러, 첸은 3억 2,620만 달러를 받았다. 카림은 6,460만 달러로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창업 초기부터 직원이 아닌
조언자 역할만을 선택하고 스탠포드 대학원 학업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미디어 제국으로 성장
구글 인수 후 유튜브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0년 헐리가 CEO에서 물러나고 구글 출신 살라 카만가르가 후임이 됐다. 현재는
닐 모한이 CEO를 맡고 있다.
2014년 YouTube Red(현 YouTube Premium)를 출시해 유료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초기에는
성과가 미미했지만, 현재는 1억 2,200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했다. YouTube TV, YouTube
Music 등 서비스도 확장했다.
특히 2020년 출시한
YouTube Shorts는 TikTok에 대응하는 단편 동영상 서비스로 큰 성공을 거뒀다. 현재 하루 평균 700억 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2024년 역대 최고 실적 달성
유튜브의 2024년 성과는 놀라웠다.
4분기 광고 수익만 104억 7천만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연간 광고 수익은 361억 5천만 달러에 달했다. 구독 서비스까지 합치면 총 수익이 54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24년 미국 대선이 광고 수익 급증의 주요 동력이었다. 양당 합계 선거 광고비가 2020년 대선 대비 거의 두 배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선일인 11월
5일 하루에만 4,500만 명의 미국인이 유튜브에서 선거 관련 콘텐츠를 시청했다.
현재 유튜브의 기업 가치는 약 5,5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디즈니(1,500억 달러)와
넷플릭스, 컴캐스트를 합친 것보다 높은 수치다. 구글 인수
당시보다 30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이미 TV를 위협한 새로운 미디어
유튜브는 이제 전통 TV의 강력한 경쟁자가 됐다. 2024년 12월 기준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중 TV 시청 점유율 1위(11.1%)를
차지했다. 넷플릭스(8.5%),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4.0%)를 제치고 선두에 섰다.
전 세계 월간 활성 사용자는 27억 명에 달한다. 사용자들은 매일 10억 시간 이상의 동영상을 시청한다. 분당 500시간 이상의 새로운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있다.
최고 수익 창작자인 MrBeast는 연간 8,200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7세 어린이 유튜버 아나스타시아 라진스카야도 2,8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제 유튜브는 단순한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넘어 거대한 창작자 경제의 중심이 됐다.
AI 시대의 새로운 도전
유튜브는 AI 기술 통합에도 적극적이다. 2024년 12월 할리우드 에이전시 CAA와 파트너십을 맺고 AI로 생성된 가짜 콘텐츠를 식별해 제거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Veo 생성형 AI 비디오 모델을 YouTube Shorts에 통합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모회사 알파벳은 2025년 자본지출로 75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대부분이 AI 기술 개발과 인프라 확장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팟캐스트 시장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팟캐스트
청취 서비스로 성장했으며, 2024년 거실 기기에서만 월 4억
시간의 팟캐스트가 시청됐다.
논란과 비판도 여전
하지만 유튜브의 성장에는 그림자도 따른다. 가짜 뉴스, 혐오 발언, 극단주의 콘텐츠 확산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알고리즘이 극단적 콘텐츠를 추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2021년 '싫어요' 버튼을 숨긴 결정은 큰 논란을 불렀다. 유튜브는 사이버 괴롭힘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창립자 카림은 "어리석은
아이디어"라고 공개 비판했다. 사용자들이 유해한
콘텐츠를 식별하기 어려워진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미래를 향한 진화
첸의 말처럼 유튜브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친구들과 동영상을 공유하고 싶다는 소박한
욕구가 전 인류의 정보 소비 패턴을 바꿔놓았다.
20년 전 세 명의 페이팔 직원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제 유튜브는 단순한 동영상 플랫폼을 넘어 교육, 오락, 뉴스, 비즈니스의 경계를 허무는 종합 미디어 생태계가 됐다.
향후 10년간 유튜브가 어떤 혁신을 이끌어갈지 주목된다. AI 기술 통합,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콘텐츠 확산, 새로운 수익 모델 개발 등이
예상되는 변화들이다.
2005년 샌프란시스코 아파트에서 시작된 작은 아이디어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유튜브의 다음 20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202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