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잤는데 몸은 천근만근 만성피로... 원인은 '침묵하는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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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 모 씨(27)에게 아침 알람 소리는 공포 그 자체다. 어젯밤 10시부터 잠자리에 들어 무려 9시간을 잤지만, 눈꺼풀은 여전히 납덩이처럼 무겁다.


"잠이 보약"이라는 옛말은 김 씨에게 통하지 않는다. 출근길 지하철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흙빛이고, 어깨에는 보이지 않는 곰 두 마리가 앉아 있는 듯하다. 주말 내내 '시체 놀이'를 하며 잠을 보충해도 월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무기력함. 만성피로다.


만성피로 원인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혹은 운동 부족 때문일까? 김 씨가 들이키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 이 피로의 근원은 침대 밖이 아닌, 몸속 깊은 곳에 있었다.


우리는 흔히 피로의 원인을 '수면 부족'이나 '과도한 업무'에서 찾는다. 하지만 충분한 휴식 후에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면, 우리 몸의 화학 공장이자 해독 기관인 '간(Liver)'이 보내는 구조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간은 우리 몸에 들어오는 독소를 분해하고 에너지를 대사하는 핵심 엔진이다. 이 엔진이 과부하로 인해 멈칫하는 순간, 아무리 좋은 휘발유(잠, 음식)를 넣어도 차(몸)는 나가지 않는다. 당신이 겪는 '해소되지 않는 피로'는 간이 당신에게 보내는, 소리 없는 비명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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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가 혈관을 타고 흐른다 

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해독'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 술, 약물은 물론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체내 독소까지 모두 간에서 걸러진다. 하지만 간 기능이 떨어지면 피로 물질인 '젖산'과 독성 물질인 '암모니아'가 제대로 분해되지 못하고 체내에 쌓인다.


의학 전문가들은 "정화되지 않은 탁한 혈액이 온몸을 돌기 때문에 뇌는 멍해지고 근육은 쉽게 지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마치 필터를 갈지 않은 공기청정기를 계속 돌리는 것과 같다.


술 안 마셔도 위험하다? '지방간'의 역습 

"나는 술도 안 마시는데 왜 간이 문제야?"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인의 간을 위협하는 것은 알코올뿐만이 아니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 야식, 비만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간세포 사이에 낀 지방은 간의 숨통을 조이고 염증을 유발한다. 간이 지방을 처리하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리니, 정작 우리 몸이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간의 침묵이 가장 무섭다 

간은 70~80%가 망가질 때까지 특별한 통증을 느끼지 못해 '침묵의 장기'라 불린다. 오른쪽 배 윗부분이 뻐근하거나, 소변 색이 진해지고, 이유 없는 피로감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이미 간은 한계 상황에 도달했을 수 있다. 통증이 없다고 해서 건강한 것이 아니라는 점, 이것이 간 질환이 가진 가장 큰 함정이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카페인 수혈이나 또 다른 영양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거울을 보며 눈의 흰자가 누렇게 변하지 않았는지, 충분히 잤음에도 개운함이 없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할 때다. 피로는 몸이 보내는 가장 정직한 경고등이다. 이 경고를 무시하고 엑셀만 밟아댄다면, 결국 엔진은 멈추고 만다.


오늘 밤은 단순히 잠을 청하는 것을 넘어, 당신의 지친 간에게도 진정한 휴식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술잔을 내려놓고, 기름진 야식을 멀리하는 사소한 결심이 내일 아침 당신의 눈꺼풀 무게를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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