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별발레컴퍼니 - 조선의 힙(Hip) 발레와 만나다… 세계 홀릴 '갓(GAT)'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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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별발레컴퍼니
조선의 선비가 쓴 '갓'이 발레리노의 턴(Turn)과 만났을 때, 그것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무기였다.
검은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허공을 가르는 윤별발레컴퍼니의 댄스 필름은 마치 넷플릭스 시리즈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22일 공개된 '창작발레 갓 2026 GAT TOUR' 영상은 1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한국적 선(線)과 서양의 테크닉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강렬한 에너지를 담아냈다. 2025년 전국 투어 '객석 점유율 99%'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이들이 2026년, 더 큰 무대를 향해 갓끈을 고쳐 맸다.
이게 발레라고?… 알고리즘이 쏘아 올린 'K-발레' 신드롬
"전하, 조선의 발레가 심상치 않사옵니다."
최근 유튜브와 SNS에서 윤별발레컴퍼니의 '갓' 영상을 본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영상 속 무용수들은 타이즈 대신 한복 바지와 도포를, 왕관 대신 흑립(검은 갓)과 주립(붉은 갓)을 썼다. 정적일 것이라는 한국 무용의 편견을 깨고, 빠르고 강력한 발레 테크닉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이들의 인기는 단순한 '국뽕'이 아니다. 지난해 방영된 Mnet 댄스 서바이벌 '스테이지 파이터'에 강경호, 정성욱, 김유찬 등 소속 단원들이 출연하며 대중적 팬덤을 확보했다. 특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속 '사자 보이즈'의 비주얼이 이들의 공연을 연상시킨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역주행의 발판이 됐다. 온라인의 화제성은 곧장 티켓 파워로 이어졌다. 2025년 전국 투어는 지역을 불문하고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민간 발레단으로서는 이례적인 성공을 거뒀다.
스타트업 정신으로 무장한 발레단
윤별발레컴퍼니는 스스로를 '스타트업'이라 칭한다. 국립발레단이나 유니버설발레단 같은 거대 시스템이 아닌, 무용수들이 직접 기획하고 소통하며 생존을 모색한다는 뜻이다.
수장은 우루과이 국립발레단 출신의 엘리트 무용수 윤별(31) 대표다. 그는 2024년 한국발레협회로부터 당해 최고의 발레리노에게 주어지는 '당쇠르 노브르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입증받았다.
윤 대표는 "행복을 찾기 위해 만든 회사"라면서도 퀄리티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는다. 이번 2026 투어 티저 영상인 댄스 필름 역시 고궁과 현대적 배경을 오가며 감각적인 영상미를 자랑한다. 단순한 공연 홍보물을 넘어 하나의 독자적인 예술 콘텐츠로서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갓(Gat) 쓰고 갓(God)벽하게… 2026년 전망은?
수학적으로 볼 때, 이들의 성장 그래프는 우상향을 그릴 확률이 매우 높다.
- 이미 검증된 콘텐츠(전석 매진)
- 방송을 통한 대중적 인지도(스테이지 파이터)
- 글로벌 확장이 용이한 '넌버벌(Non-verbal)' 장르라는 점
이 강력한 변수다. 특히 한국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코드는 현재 글로벌 문화 시장의 가장 확실한 '흥행 치트키'다.
다만 과제는 있다. 민간 예술 단체의 고질적인 재정 불안정성과 스타 플레이어 의존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윤 대표 역시 이를 인지하고 연말 갈라 공연 '블랙 앤 화이트' 등 레퍼토리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2026년 투어가 단순한 지방 순회를 넘어 해외 페스티벌 진출 등으로 이어진다면, '갓'은 한국 발레 수출의 새로운 효자 상품이 될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은 이제 진부하다. 하지만 윤별발레컴퍼니는 그 진부함을 '힙(Hip)'함으로 치환하는 데 성공했다. 영상 댓글 창에 영어와 스페인어 반응이 늘어나는 지금, 우리는 또 하나의 'K-문화' 국가대표가 탄생하는 과정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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