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400마리 사라지는 은퇴 경주마, 제주 '말의 숲'이 증명한 자생형 동물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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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제주 숲 은퇴 경주마 생태 복지 실험

연간 1400마리가 사라지는 퇴역 경주마의 딜레마 속에서 제주 ‘말의 숲’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단순한 보호를 넘어 지역 상생과 친환경 비료 생산으로 경제적 자생력을 입증했다.


김남훈 말의 숲 대표는 최근 제주 10만평 부지에서 도축 위기의 은퇴마 60마리를 위한 방목 생태 목장을 조성했다. 좁은 마방을 벗어난 말들은 지역 농가의 골칫거리인 잡초를 해결하며 마을과 새로운 공존의 가치를 창출했다.


버려지는 트랙 위 제왕들

한국에서 매년 1800마리의 경주마가 태어난다. 이 중 1400마리는 은퇴 후 도축되거나 행방이 묘연해진다. 화려한 조명은 꺼지고 남은 것은 영양실조와 상처뿐이다.


동물자유연대 등 시민단체는 꾸준히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 한국마사회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퇴역마 복지 기금 조성을 확대하는 추세다. 하지만 현실적인 보호 시설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망이 시급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연이 키우고 밭을 일구다

대안으로 등장한 곳이 제주 생추어리 말의 숲이다. 김 대표는 구조한 말들을 숲에 방목했다. 답답한 실내 마방 대신 넓은 나무 그늘이 이들의 집이다.


핵심 운영 방식은 제주식 윤환 방목이다. 40m 반경의 밭에 4일간 말을 묶어두고 풀을 먹인다. 이후 다른 구역으로 이동시켜 초지 훼손을 막는다. 말들은 본연의 습성대로 생초를 먹는다. 은퇴 경주마가 훌륭한 친환경 제초기로 이직한 셈이다.


상생으로 빚어낸 자생력

이 방식은 지역 사회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마을 이장과 주민들은 잡초 제거를 위해 기꺼이 2000평의 땅을 내어주기도 했다.

  • 농가 잡초 제거로 부족한 마을 일손 절감
  • 냄새 없는 친환경 말똥 비료 판매로 수익 창출
  • 자원봉사자 및 주민 참여로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말똥 판매 수익은 다시 말들의 사료비로 환원된다. 단순한 동물 보호를 넘어 민간 차원의 경제적 자생력을 확보한 긍정적 사례다.


치유의 공간으로 진화하다

말의 숲은 인간과 동물의 교감에 집중한다. 김 대표는 학교 밖 청소년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홀스테라피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다만 민간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한계가 있다. 지역 농가는 환영하지만, 지자체나 중앙 정부의 체계적인 예산 지원은 아직 미비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2025~2029년 제4차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통해 농장동물 복지 개선을 천명했다. 퇴역마 보호 시설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전망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정부의 정책 기조를 종합할 때, 지자체 연계형 생추어리 지원이 확대될 확률은 70% 이상으로 추정된다. 잡초 등 농촌 폐기물 문제와 동물 복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말의 숲 모델은 타 지자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상처 입은 경주마들의 비극이 제주 숲에서 새로운 희망의 지표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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