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는 성격 문제?… 뇌의 '브레이크' 고장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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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붕년 서울대 교수 "도파민 부족이 원인… 약물 치료가 핵심"
우울증·불안장애 동반… "치료 시 삶의 질 극적으로 개선"
"맨날 지각하고, 물건 잃어버리고… 저는 왜 이렇게 게으를까요?" 직장인 A씨(32)는 최근 심각한 우울감에 빠졌다. 업무 실수가 잦아 상사에게 깨지기 일쑤다.
단순히 '빠릿빠릿하지 못한 성격' 탓인 줄 알았던 그의 문제는 뜻밖에도 '성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였다. 김붕년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KBS 방송에 출연해 "성인 ADHD는 성격 문제가 아니라 뇌의 신경생물학적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ADHD 환자가 5년 새 3배 급증한 지금, 오해와 진실을 파헤친다.
집중력 저하·충동성… 나쁜 성격으로 오해받는 비극
성인 ADHD 환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산만하다', '노력이 부족하다'는 부정적 피드백을 받으며 자란다. 김 교수는 "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부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끊임없는 지적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공존 질환을 유발한다.
실제로 성인 ADHD 환자의 약 80%는 우울, 불안, 수면 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한다. 김 교수는 "겉으로 드러나는 우울증만 치료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된다"며 "기저에 깔린 ADHD를 찾아내 치료해야 도미노처럼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뇌 속 도파민의 배신… 전두엽 기능 저하가 원인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핵심은 뇌의 전두엽과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2]'에 있다. 전두엽은 우리 뇌의 사령탑 역할을 한다. 충동을 억제하고 계획을 세워 실행하게 한다. ADHD 환자는 이 전두엽의 도파민 수용체 기능이 떨어져 있다.
김 교수는 "도파민 회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뇌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셈"이라고 비유했다. 이로 인해 참을성이 부족해지고, 보상이 즉각적이지 않으면 집중력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게임이나 스마트폰 같은 즉각적인 자극에 쉽게 중독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부족한 도파민을 채우려는 뇌의 본능적인 몸부림이다.
약 먹으면 바보 된다?… 오해 낳은 '공부 잘하는 약'
치료의 핵심은 약물이다. 주로 '메틸페니데이트' 계열의 약물을 쓴다. 일각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해 약물 치료를 꺼린다. 김 교수는 "ADHD 약물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안전한 약 중 하나"라고 일축했다. 식욕 저하, 불면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용량 조절로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
오히려 문제는 오남용이다. 시험 기간만 되면 강남 학원가에 도는 '공부 잘하는 약' 소문이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정상적인 뇌를 가진 사람이 먹으면 오히려 과도한 각성으로 불안과 초조함만 커진다"고 경고했다. 약은 부족한 도파민을 '정상 수준'으로 올려주는 안경일 뿐, 없는 능력을 만들어내는 마법의 물약이 아니다.
조기 발견이 관건… 사회적 인식 개선 시급
성인 ADHD는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치료 성공률은 70~80%에 달한다. 김 교수는 "약을 먹고 나서야 '세상이 이렇게 조용하고 차분한 곳인 줄 처음 알았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성인 ADHD 진단이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한다. 과거에는 아이들의 질환으로만 여겼으나, 최근 미디어 등을 통해 정보가 공유되며 병원을 찾는 성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은 높다. 질환을 개인의 의지 박약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시선이 걷혀야만, 이들이 '미운 오리 새끼'에서 벗어나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
[ 용어 설명 ]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주의 산만, 과잉 행동, 충동성을 주 증상으로 하는 신경발달장애다.
도파민(Dopamine) : 뇌신경 세포 간에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 쾌락, 보상, 동기 부여, 집중력 조절 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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