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살이 키로 간다, 오히려 작아진다?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몸은 단순한 '체중 → 키' 변환기가 아니다.유아·아동기엔 영양이 성장판을 돕지만, 비만은 골연령을 앞당겨 최종 신장을 깎을 수 있다.지난달 서울의 한 성장클리닉. 초등 3학년 B군은 또래보다 크지만 체지방이 높다. 부모는 '아동들의 살이 키로 간다'는 말을 믿고 급식을 더 얹었다. 단기적으로는 키가 빨리 컸지만, 의사는 '사춘기가 빨리 오면 최종 키가 손해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연구는 과체중 아동이 유년기에 또래보다 크지만 사춘기 가속과 성장판 조기 폐쇄로 성인키가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관건은 '언제, 무엇을, 얼마나' 먹느냐다. '살이 키로 간다'의 과학 : 초중기 성장과 최종 신장은 다르다아동기의 키 평가는 '연령 대비 키 백분위'로 본다. 기준 곡선은 세계보건기구와 각국 성장도표를 쓴다. 우리나라는 질병관리청 2017 성장도표를 사용하며, 5세 이하는 WHO 표준을 참고한다. 이는 같은 영양·환경에서 자랄 때의 생리적 성장 패턴을 보여주는 기준선이다. 즉, '정상 범위'는 다양하며 개인 편차가 크다. 문제의 속설이 먹히는 구간은 유년기다. 과체중 아동은 인슐린·IGF-1·레프틴 등의 영향으로 일시적 선형성장(키 속도)이 빨라 또래보다 커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신호가 에스트로겐 경로를 자극해 골연령(뼈 성숙도)을 끌어올리면 사춘기 시작이 앞당겨지고 성장판 닫힘도 빨라진다. 결과적으로 최종 신장이 줄 가능성이 커진다. 비만·조기 사춘기 : 초반 가속, 종반 감속의 역설국제 메타분석과 최근 종설은 소아 비만이 여자아이의 조기 초경·유방 발달, 남아의 사춘기 지표(음모·고환 용적, 변성 시점)를 앞당긴다고 보고한다. 조기 사춘기는 성장 총량을 줄여 성인 최종 신장에 불리하다. 즉, 살이 당장은 키로 보이는 효과를 내도, 결산은 마이너스일 수 있다. 여기에 '골연령 앞당김'이 겹치면 상황은 더 분명하다. 2024년 연구는 과체중·비만 아동에서 골연령 진도가 또래보다 유의하게 빠름을 확인했다. 이는 성장판 종결 시점의 조기화를 뜻하며, 최종 키를 갉아먹는 경로다. 영양, 무엇을 얼마나 : 충분과 과잉의 경계핵심은 결핍을 메우는 '충분'이지, 칼로리 '과잉'이 아니다. 단백질·철·아연·비타민D 같은 성장 친화 영양소는 결핍 시 보충 효과가 뚜렷하지만, 정상 아동에서의 과량 섭취가 신장 이득을 보장하진 않는다. 일부 관찰연구는 고단백 식사가 오히려 선형성장과 음의 상관을 보였다고 보고한다.한편 비타민D 장기 보충이 선형성장·사춘기 지표를 유의하게 바꾸지 못했다는 무작위 연구도 있다. 결핍 교정은 필요하나, '성장 촉진제'로 과대평가해선 곤란하다. 체중·수면·운동: 성장호르몬의 균형성장호르몬은 깊은 잠(서파수면)에서 정점 분비된다. 수면이 부족하거나 불규칙하면 분비 패턴이 흐트러질 수 있다. 최신 리뷰는 수면과 성장호르몬의 상호작용을 정리하면서, 생활 리듬 교정이 성장 잠재력을 지키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밤 10~2시 사이의 연속 수면 확보가 관건이다. 운동은 성장판에 기계적 자극을 줘 뼈 모형 형성을 돕고, 체지방을 줄여 조기 사춘기 위험을 낮춘다. 다만 고강도 운동만 지속하면 피로·부상으로 역효과다. 현실적인 균형은 주 3~5회, 60분 내외의 중등도 유산소+근력운동 혼합이며, 정상 체중 유지(BMI 백분위 5~85 범위)가 목표다. 이 범위는 WHO·국가 성장도표를 기준으로 진료실에서 판정한다.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살은 키로 직행하지 않는다.' 적정 체중·양질의 수면·꾸준한 운동이라는 환승역을 거칠 때만, 성장열차는 제 시간에 도착한다.[ 자료 출처 ]한국 2017 소아청소년 성장도표(질병관리청): 임상 추적의 국내 기준WHO 아동 성장표준·성장참고치: 0~59개월 국제 기준, 학령기 참조곡선과체중 아동의 유년기 키 우세·사춘기 가속·최종 키 손실 가능: 2024~2025 리뷰·공중보건 연구비만과 조기 사춘기 연관(남녀): 국제 코호트·메타분석수면과 성장호르몬: 2024 종설·임상 리뷰고단백 과잉의 한계, 비타민D 보충의 성장효과 불확실: 2023 관찰·무작위 연구
202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