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vs가나 A매치 분석 : 상암의 찬바람보다 매서웠던 침묵, '결과'만 남은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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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벌의 기온보다 차가웠던 분위기
11월의 상암벌은 유독 스산했다. 기온이 떨어져서만은 아니었다. 한국vs가나 A매치 분석에 대한 이야기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고 전반 45분이 지날 때까지, 6만 관중석의 절반을 겨우 채운 3만 3천여 명의 관중들은 환호 대신 침묵을, 때로는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우리가 기억하던 '붉은 악마'의 용광로 같던 열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전광판의 시계가 멈출 때까지 한국 대표팀은 지루한 공방전 끝에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2026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에서 유리한 '2번 포트'를 확보했다는 낭보가 전해졌지만,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팬들의 표정은 승자의 환희라기엔 어딘가 찜찜했다.
승리는 챙겼지만, '과정'은 여전히 불합격
이날 가나전은 홍명보호의 2025년 마지막 A매치이자, 월드컵 체제로 돌입하기 전 치르는 최종 모의고사였다. 표면적인 성적표는 '합격'이다. 지난 볼리비아전에 이은 2연승, 그리고 무실점.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팬들이 외면하기 시작한 것은 날씨가 아니라, 색깔을 잃어버린 대표팀의 경기력 탓이다. '결과(승리)'는 챙겼지만, '과정(경기력)'이라는 숙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덩그러니 남았다. 과연 이 경기력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을까. 상암의 밤은 승리의 기쁨보다 묵직한 물음표를 던지고 있었다.

'U자 빌드업'의 늪과 해결사 이강인
전반전 내내 경기 흐름은 답답했다. 한국은 의미 없는 백패스와 횡패스를 반복하며 일명 'U자 빌드업'에 갇혔다. 가나의 두 줄 수비를 뚫어낼 창의적인 움직임은 실종됐고, 유효 슈팅은 전반 41분이 되어서야 처음 나왔다.
관중석 곳곳에서 "앞으로 차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흐름을 바꾼 건 역시나 이강인의 '왼발'이었다. 후반 18분, 오른쪽 측면에서 이강인이 올린 날카로운 크로스가 가나 수비진의 허를 찔렀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이태석이 이를 머리로 받아 넣으며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꽉 막힌 혈을 뚫어준 단비 같은 골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후 황희찬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추가골 기회를 날렸고, 막판에는 가나의 파상공세에 시달리며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상대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선언되지 않았다면 결과는 딴판이었을지도 모른다.

텅 빈 관중석이 보내는 경고
더 뼈아픈 것은 관중석의 풍경이었다. 1년 전만 해도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 사례를 기록하던 대표팀 경기였지만, 이날은 빈자리가 흉물처럼 드러났다. 3만 3천 명. 최근 몇 년간 상암에서 열린 A매치 중 최저 수준이다.
팬들은 "재미없는 축구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냉정한 시장의 논리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함에도 불구하고, 팀으로서의 유기적인 움직임과 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은 뼈아프다.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박수 소리는 예전만큼 크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포트 2 확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팬들의 신뢰를 되찾는 것은 월드컵 시드 배정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제가 되었다.
2025년의 마지막 밤, 상암의 전광판은 '1-0' 승리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한국 축구가 받아든 진짜 성적표는 아직 '작성 중'이다. 월드컵까지 남은 시간, 우리는 과연 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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