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자 X 수의사가 파헤친 강아지 뇌의 비밀 : 후각으로 시간까지 인지한다 [장동선의 궁금한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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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 채널 '장동선의 궁금한 뇌'에서는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의 설채현 수의사가 만나 강아지의 뇌와 행동을 심도 있게 분석하는 특집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강아지의 독특한 감각 세계부터 인간의 감정을 읽는 능력, 그리고 반려견을 대할 때 흔히 저지르는 '의인화'의 위험성까지 과학적인 시각으로 조명했습니다.
냄새로 세상을 보고, 시간을 예측하는 후각
강아지의 뇌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압도적인 후각 영역입니다. 설채현 수의사는 "후각 영역이 개의 뇌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해보면 인간의 40배에 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냄새 성분 분리 능력 : 강아지는 단순한 냄새를 맡는 것을 넘어, 카레 냄새처럼 복합적인 냄새 안에서도 토마토나 다양한 향신료 등 모든 성분을 분리해서 맡을 수 있습니다.
▪ 후각으로 시간 인지 : 보호자가 외출했을 때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인지하는 방법 역시 냄새입니다.
집 안에 남아있던 보호자의 냄새 분자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희석되어 줄어드는 정도를 통해 '이 정도 줄어들면 오는 시간'이라고 예측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옷 등을 이용해 냄새를 인위적으로 조절하여 강아지를 속이는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시각적인 면에서는 인간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강아지는 적색과 녹색을 구분하지 못하고 주로 파란색과 노란색을 보는 적녹색맹입니다. 설 수의사는 맹인 안내견이 신호등을 구별할 때 색깔이 아닌 불이 켜지는 위치를 보고 주위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죄책감'은 없다 : 의인화가 만드는 오해
많은 보호자가 강아지가 잘못한 후 보이는 행동(고개를 숙이거나 숨는 행동)을 죄책감으로 오해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인간의 시각에서 비롯된 의인화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감정의 발달 한계 : 설 수의사는 강아지의 감정이 사람으로 치면 30개월 정도에서 더 이상 발전되지 않는다고 보며, 부끄러움, 자존감, 죄책감 같은 복합적인 감정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 혼나는 것을 피하는 행동 : 강아지가 보이는 소위 '죄책감'은 사실 보호자의 분위기가 좋지 않음을 인지하고 혼날까 봐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일 뿐입니다.
만약 오줌을 싼 직후 혼내면, 강아지는 자신이 잘못된 장소에 싼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오줌을 싸는 행위 자체를 혼나는 것으로 오인하여 숨어서 배변하는 행동을 학습할 수 있습니다.
'후각적 자아'와 탁월한 인간 감정 리더
강아지는 거울을 보고 스스로를 인지하는 '거울 테스트'에 실패합니다. 코끼리, 돌고래, 갈까마귀 등은 거울 테스트에 성공하여 자아 인지 능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강아지는 거울 속 자신을 '다른 개'로 인식하고 싸우려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강아지는 시각이 아닌 후각을 통해 자아를 인지합니다. 자신의 오줌 냄새를 다른 개의 오줌 냄새보다 더 오래 맡는 실험을 통해, 강아지는 냄새를 통해 자기 자신을 인지할 수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후각이 발달한 강아지에게는 후각적 자아가 더 중요함을 시사합니다. 강아지는 인간의 감정 상태를 매우 정직하게 읽어냅니다.
▪ 냄새로 스트레스 인지 : 보호자가 공포 영화를 볼 때 나오는 땀 냄새(스트레스 호르몬)를 맡으면 강아지의 스트레스 시그널이 증가합니다.
장동선 박사는 인간이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자율신경계 반응에서 나오는 호르몬들을 강아지가 읽어낸다고 설명하며, 개가 인간의 상태와 감정을 더 정직하게 읽어낸다고 정리했습니다.
강아지들의 연애와 개취
강아지들에게는 인간과 같은 로맨틱한 '러브 스토리'는 없으며, 번식과 관련된 행동은 호르몬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발정기에는 마음에 드는 상대와 상관없이 허용하는 시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평소에는 개인의 취향이 확실하게 존재합니다.
▪ 견종 선호도 : 태어날 때부터 본 동배 새끼들과 어미견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자신의 견종과 더 친근하게 지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 단두종의 비인가 : 코가 눌린 단두종 아이들이 다른 강아지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습니다.
입이 긴 강아지들에게 단두종은 전형적인 강아지의 모습이 아니기에 "외계견인가"처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장동선 박사는 강아지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인간에 대해서도 더 너그러워지는 계기가 된다고 말하며, "너무 오랫동안 잘못된 얘기들이 매체에서 나와서 개의 심리나 감정을 잘못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과학적인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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