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리즘] 2세대 KTX-청룡, 소음·진동 잡고 우즈벡 수출 이끈 한국 고속철 기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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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소개

유튜브 채널 레일리즘(@railism)을 이끌고 있는 김광일 PD는 단순한 콘텐츠 제작자를 넘어, 철도 동호인과 현업 종사자들을 잇는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레일리즘의 김광일"이라고 소개하며, 시청자들을 철도의 세계로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을 자처한다.


기존의 철도 콘텐츠가 동호인 위주였던 것과 달리, 레일리즘 채널은 현장의 생생한 정보와 전문성을 결합하여 철도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김광일 PD는 이러한 채널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철도 관련 지식을 재미있고 깊이 있게 전달하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했다.


한국 고속철, 세계를 달리다 : 2세대 KTX-EMU-260에 담긴 '기술 독립'의 역사

2세대 우리 기술로 완성된 최신 고속 열차 EMU-260(KTX-청룡)이 진동은 줄고 소음은 낮아진 혁신적인 성능으로 한국 철도 기술의 현재를 보여준다. 과거 KTX-I보다 확연히 향상된 승차감과 안전·편의 기술을 탑재한 이 열차는 단순한 '탈것'을 넘어, 32년간 이어진 한국 기술진의 치열한 도전을 상징한다.


해외 기술 의존에서 벗어나 설계, 제작, 제어 시스템까지 모두 국산화에 성공하며 세계 고속철 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승차감과 편의성, 한 단계 진화한 2세대 고속 열차

실제 EMU-260에 탑승해 보면 기존 KTX-산천과 비교하여 소음과 진동의 감소를 가장 먼저 체감한다. 열차가 선로 위를 단단히 붙잡고 달리는 듯한 주행감은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한다.


이러한 차이는 차체 구조와 소음 저감 설계에서 비롯된다. 레일과 직접 닿는 대차에는 개선된 서스펜션이 적용되어 선로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흡수하며, 차체 하부에는 보강재를 추가해 강성을 높였다. 이 덕분에 주행 중 차체의 진동과 흔들림이 줄고 실내의 정숙함이 강화되었다. 또한, 객실 바닥과 천장, 심지어 집전 장치 주변까지 차음재를 보강하여 외부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승객 편의 시설 역시 대폭 개선되었다. 객실과 운전실에는 공기 청정기가 새로 설치되어 주행 중에도 쾌적한 공기를 유지하며, 화장실에는 악취 감지 기능이 있는 전용 공기 청정기가 추가되었다. 아울러 전기 공급이 끊겨도 작동하는 비상 방송 장치와 조명이 설치되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승객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승무원실도 한 대당 두 곳으로 확대되어 운영 효율과 승객 대응 편의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들이 모여 단순히 조용한 열차를 넘어, 안전과 편의가 통합된 진정한 고속 열차로 발전한 것이다.


32년 도전의 결실, 한국형 고속철 기술 독립의 역사

이처럼 진보된 고속열차 기술은 결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한국의 고속 열차 기술은 1989년 사업 발표 당시 설계 기술이 전혀 없었기에 프랑스 알스톰의 기술을 도입한 KTX-I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핵심 설계 도면과 부품 자료가 제공되지 않자, 국내 기술진들은 직접 도면을 분석하고 분해하며 국산 고속 열차를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 그 결과가 2002년 시험 차량 HSR-350X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2010년 상용화된 KTX-산천을 개발하며 한국은 세계 네 번째로 자체 고속 열차를 개발한 나라가 되었다.


한국 기술진은 2012년 시속 430km급 시험 차량 HEMU-430X를 선보이는 등 멈추지 않고 나아갔으며, 이 기술은 2021년 KTX-이음, 그리고 KTX-청룡으로 이어졌다. 특히 큰 진전은 해외 시스템에 의존하던 열차 제어 기술을 우리 기술로 완전히 구현한 KTCS-2(한국형 열차 제어 시스템)의 적용이다. 이는 고속 운행 중 열차 간격을 자동으로 제어하고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두뇌 역할을 맡는다.


이 기술은 고장 날 확률이 10억 분의 1 이하인 안전 등급(실포)을 획득하여 안정성을 인정받았으며, 고속열차의 안전과 효율을 동시에 책임지는 핵심 시스템이다. 설계부터 제작, 제어 신호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국내 기술로 수행하게 된 것은 32여 년 노력의 결실이다.


고속열차 한 편성에 들어가는 약 3만 개의 부품 대부분을 국내 중소 협력 업체들이 제작하며 기술력을 공유하고 공동으로 신뢰성을 확보하는 협력 구조 역시 기술의 힘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대기업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이 구조는 한국 고속철 기술의 안정적 성장을 뒷받침한다. 현대로템은 계약 일정보다 앞당겨 KTX-청룡 2세대를 조기 납품했는데, 이는 단순한 납기 단축을 넘어 한국형 고속열차 기술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고속철 기술, 속도를 넘어 세계로 향하는 한국의 미래

이제 한국의 고속 열차 기술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현대로템은 유럽 운행 인증인 TSI 인증을 획득하여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을 다졌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고속열차 수출은 한국형 고속열차 기술이 해외 고속철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용하고 편안하며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기술이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기술이 쌓이고 그 위에 신뢰가 더해져 만들어진 우리 손으로 만든 고속열차는 단순히 탈것이 아니라 한국 철도 기술의 현재이자 미래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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