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이면에 숨은 서사, 김일오가 일군 '해석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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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비·텍스트 교차 분석으로 세계관 복원… 단순 리뷰 넘어선 시각적 문법 제시
유튜버 김일오(15KIM)는 K-팝 뮤직비디오와 앨범이 품고 있는 상징과 단서를 연결해, 작품의 서사를 한 편의 이야기처럼 복원해내는 방식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다. 빠른 소비 중심의 숏폼이 대세가 된 환경에서도, 그는 비교적 긴 호흡의 롱폼 영상으로 ‘다시 보게 만드는 감상법’을 제안한다.
아이유부터 한로로에 이르기까지 김일오가 다루는 대상은 넓지만, 공통점은 명확하다. 뮤비를 그냥 ‘예쁘게 잘 만든 영상’으로 두지 않고, 오브제와 대사, 색감과 구도 같은 요소를 단서로 삼아 ‘이 작품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를 따라가는 방식이다.
상징과 서사의 복원, 단순 감상을 넘다
김일오 콘텐츠의 핵심은 아티스트가 작품 속에 숨겨놓은 이스터 에그와 은유를 찾아내고, 흩어진 조각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과거 아이유의 ’에잇(Eight)’을 다룬 영상에서는 장면의 디테일을 근거로 감정의 방향성과 변화의 의미를 따라가는 식으로 해석을 전개했다. 이 사례가 그의 분석 ‘기틀’을 보여줬다면, 최근 한로로의 ‘자몽살구 클럽’은 그 기틀을 더 확장한 사례로 읽힌다.
김일오는 한로로의 소설과 EP를 함께 놓고, 텍스트와 영상이 어떻게 서로를 비추는지를 교차해석한다. 소설 속 인물의 정서가 뮤직비디오의 시각적 요소로 어떤 방식으로 치환되는지, 그리고 반복되는 표식과 문장, 숫자 같은 장치가 어떤 정서적 연결을 만들어내는지에 집중한다. 이는 ‘좋아 보인다/슬프다’ 수준의 감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작품이 설계해둔 언어를 독자(시청자)가 스스로 읽을 수 있게 돕는 방식이다.
콘텐츠 분석의 3단계(김일오 방식)
▪️미시적 관찰 : 오브제, 색감, 촬영 구도, 반복되는 기호 포착
▪️거시적 연결 : 전작·텍스트·인터뷰/코멘트 등 공개된 맥락과의 연결
▪️감성적 번역 : 해석을 ‘정보’로만 끝내지 않고 보편 감정으로 옮겨 전달
압도적 영상미, 롱폼이 주는 시각적 몰입
김일오는 해석의 내용뿐 아니라 형식에서도 몰입감을 만든다. 화면 구성과 편집 호흡, 자막의 밀도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감상 경험’ 자체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숏폼이 마중물이라면, 그의 롱폼은 본편의 깊이를 담당하는 구조다.
특히 한로로를 다룬 영상에서는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를 과도하게 요약하거나 결론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대신 장면과 문장, 음악이 가진 여백을 남겨두면서도, 시청자가 따라갈 수 있는 실마리를 단계적으로 제시한다. 결과적으로 영상은 분석물이면서도 동시에 ‘한 편의 감상 가이드’가 된다.
지적 유희를 즐기는 팬덤의 확장
K-팝의 세계관과 텍스트는 점점 더 촘촘해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해석형 콘텐츠’는 단순한 리뷰와 다른 효용을 갖는다. 한 번 보고 끝나는 소비가 아니라, 작품을 다시 보게 만들고, 다른 장면을 발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일오 같은 창작자는 그 과정에서 ‘감상의 도구’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앞으로는 해석 자체의 깊이뿐 아니라, 해석을 전달하는 방식의 완성도까지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작품을 깊게 읽고 싶어 하는 시청층이 존재하는 한, 이런 유형의 롱폼 콘텐츠는 플랫폼의 흐름 변화 속에서도 자신만의 관객을 계속 확보할 여지가 있다.
김일오의 행보는 음악을 ‘듣는 것’에서 ‘읽는 것’으로 확장시키는 실험에 가깝다. 특히 한로로 사례처럼 음악과 문학, 영상이 겹쳐지는 지점을 교차해석하는 방식은, 단순한 팬심을 넘어 ‘작품을 이해하는 재미’를 만들어낸다. 향후에는 아티스트 공식 해설 콘텐츠, 매체 협업, 또는 큐레이션 형태 등으로 활동 반경이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런 전망은 외부 확정 정보가 아니라, 그의 콘텐츠 성격과 시장 흐름을 바탕으로 한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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