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소멸과 AI 쇼크, 10년 뒤 벌어질 일자리 재앙

본문

AI가 끊어버린 채용 사다리, 신입 없는 조직의 조용한 재앙

“단순 업무는 AI가, 의사결정은 시니어가”… 설 곳 잃은 청춘들


“신입 사원이 1인분 하려면 3년 걸리지만, AI는 당장 내일부터 전력감입니다. 당신이라면 누구를 뽑겠습니까?”


기업 인사 담당자의 자조 섞인 푸념이 아니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이 최근 세바시 강연에서 던진 묵직한 경고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가 ‘주니어 소멸’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기업이 효율성을 이유로 신입 채용을 닫아거는 사이, 미래의 전문가로 성장할 씨앗이 말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르칠 시간 없다… AI가 대체한 사수자리

과거 기업의 인력 구조는 시니어 한 명이 주니어 서너 명을 데리고 도제식으로 일을 가르치는 형태였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등장은 이 오랜 관행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자료 조사, 초안 작성, 코딩 등 주니어가 도맡던 ‘기초 체력 훈련’ 성격의 업무를 AI가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해내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계산기는 명확하다. 고임금 시니어 한 명에게 AI라는 ‘유능한 비서’를 붙여주는 것이, 아직 업무가 서툰 신입 사원을 뽑아 교육하는 것보다 비용 대비 효과가 압도적이다. 박 의장은 “부분의 최적화가 전체의 비극을 낳고 있다”며 “지금 주니어를 뽑지 않으면 10년 뒤 우리 사회에는 10년 차 숙련 전문가가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계로 증명된 신입의 겨울

이러한 우려는 단순한 가설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발표한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AI 도입이 활발한 업종에서 청년(15~29세) 일자리는 약 21만 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1만 개가량 증가했다. AI가 경험이 부족한 청년의 업무는 대체하고, 관리 역량이 필요한 중장년층의 업무는 보완해주고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AI 기업 앤스로픽(Anthropic)의 2025년 데이터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AI 활용 패턴에서 인간의 업무를 돕는 ‘증강(Augmentation)’보다 인간을 대신하는 ‘자동화(Automation)’ 비중이 2025년 9월을 기점으로 처음 역전됐다. AI가 인간의 ‘보조 바퀴’를 넘어 ‘운전대’를 잡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정답 찾는 기계는 끝났다… 질문하는 인간의 시대

박 의장은 교육 현장의 변화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스마트 안경 등 AI 웨어러블 기기가 보편화되면 외국어 번역이나 수학 문제 풀이 같은 단순 지식 활용 능력은 무의미해진다. 그는 “지금처럼 정답을 암기해 등급을 매기는 교육은 ‘소고기 등급 매기기’와 다를 바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안으로 제시된 인재상은 ‘최고 질문 책임자’다. AI라는 블랙박스에서 최적의 답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현상을 통찰하고 맥락을 짚어내는 ‘질문력’이 필수적이다. 이제 인간의 역할은 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 정의하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


각자도생은 필패, 사회적 합의가 답이다

문제는 개인이 아무리 ‘질문하는 인간’으로 거듭나려 해도, 노동 시장의 구조적 붕괴는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박 의장은 “세탁기가 빨래의 고단함에서 인류를 해방시켰듯, AI도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키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AI세’ 도입이나 청년 고용을 위한 사회적 펀드 조성 등 구체적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안군이 태양광 발전 수익을 주민에게 배당하는 ‘햇빛 연금’처럼, AI가 창출한 부를 사회적으로 재분배하여 청년들이 성장할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는 논리다.

 


수학적으로 예견된 미래, 골든타임은 지금

현재의 채용 절벽이 지속된다면, 향후 노동 시장의 인력 공급 곡선은 허리가 끊긴 기형적 형태가 될 공산이 크다(관측). 기업은 당장의 비용 절감을 선택했지만, 그 청구서는 10년 뒤 인력난과 임금 폭등이라는 이자로 돌아올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 배척하는러다이트 아니라, AI 공존하며 인간의 존엄을 지킬 있는 새로운 사회 계약이다. 기계가 일하고 인간이 질문하는 세상, 과도기의 혼란을 줄이는 것은 결국 시스템의 몫이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현재까지 총 617건의 기사가, 최근 1달 동안 198건의 기사가 발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