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27개, 의류 1100만장 '잿더미'… 천안 이랜드 물류센터 화재, 연말 패션 대목에 비상
본문
새벽 6시 8분, 아시아 최대 물류센터를 삼킨 불길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화재는 15일 오전 6시 8분쯤 이랜드패션 물류센터 지상 4층에서 처음 발생했다. 내부 직원이 연기와 화재 경보를 확인해 곧바로 신고했고, 소방 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뒤 불길이 빠르게 번지자, 인근 여러 소방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소방헬기 11대, 장비 150여 대, 인력 400여 명이 투입되면서 화재 발생 약 9시간 30분 만에 큰 불길은 잡혔지만, 건물 붕괴 우려 탓에 내부 진입이 쉽지 않아 잔불 정리는 장기전으로 이어졌다. 결국 진화 사흘째인 11월 17일 오후 6시 11분, 화재 발생 60시간 만에야 ‘완전 진압’ 판정이 내려졌다.
이 물류센터는 2014년 준공된 이랜드그룹 패션사업 통합 거점으로,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19만 3210㎡ 규모에 하루 150대의 11톤 트럭이 드나들며 최대 15만 박스를 처리하는 시설이다. 그만큼 건물 외벽과 내부 구조물, 설비가 복잡해 진화 작업도 ‘시간과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소방 당국 설명이다.
축구장 27개, 의류 1,100만장… “전소 수준” 피해
불이 난 물류센터에는 뉴발란스·뉴발란스 키즈, 스파오, 후아유, 슈펜, 미쏘, 로엠, 에블린 등 이랜드 주요 패션 브랜드 상품이 층별로 160만~350만 개씩, 총 1,100만개에 이르는 의류·신발·잡화가 보관돼 있었다. 이번 화재로 이 물량 상당수가 불에 타거나 파손돼 ‘전량 손실’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방과 지자체, 회사 측은 아직 정확한 피해액을 추산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물류창고 건물과 설비, 재고자산을 합치면 피해 규모가 수천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한때 ‘아시아 최대 패션 물류센터’를 자랑하던 건물은 현재 철골 구조물만 남은 채 사실상 전소 상태라는 평가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화재 발생 당시 건물 안에 있던 경비원 2명과 상황 관리 담당 직원 1명 등 3명은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고, 추가 인명 피해 신고도 접수되지 않았다. 소방 당국이 초기 단계부터 인근 주민에게 재난 문자로 대피와 우회를 안내한 것도 인명 피해 최소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뉴발란스·스파오도 멈칫… 블랙프라이데이·연말 세일 ‘직격탄’
이 물류센터는 이랜드그룹 패션사업의 ‘심장부’ 역할을 해 왔다.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패션 계열 물류 대부분이 이곳을 거쳐 전국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채널로 배송되는 구조다. 화재가 연말 성수기 직전에 터지면서 이랜드뿐 아니라 협력사·유통채널 전반으로 충격파가 번지고 있다.
이랜드는 공식 입장을 통해 “부평·오산 등 인근 다른 물류센터와 외부 물류망을 활용해 대체 출고에 나서고 있다”며 “이미 매장에 출고된 겨울 상품이 상당수 있어 영업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브랜드 온라인몰에서는 배송 지연과 품절·주문 취소 안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고객에게는 “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배송 차질로 위약금 없이 주문 취소가 가능하다”는 공지가 개별 발송되고 있다.
특히 블랙프라이데이, 연말 시즌오프, 연초까지 이어지는 대형 할인 이벤트 일정이 줄줄이 예정된 상황이라, 신상품 공급 차질과 재고 부족이 현실화할 경우 매출·이익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랜드뿐 아니라 동종 업계도 대형 단일 물류센터 의존 구조를 어떻게 분산할지 고민해야 할 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발화 지점은 4층… 경찰·소방·국과수 합동 감식 착수
현재 화재 원인은 ‘미상’이다. 소방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화재가 최초로 포착된 4층 상부를 중심으로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초기 보도에 따르면 의류 박스와 각종 포장 자재가 빽빽하게 쌓인 상층부에서 불길이 번져나간 것으로 전해졌지만, 전기 설비·기계류 결함이나 작업 과정에서의 실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건물이 큰 폭으로 붕괴한 데다 내부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된 탓에 정확한 발화 지점을 특정하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주요 구조물과 설비의 잔해를 치우고 화재 패턴을 분석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최종 원인 규명까지는 수주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단전·날림 먼지·교훈… 지역사회 ‘2차 피해’ 우려
천안시는 화재 직후 인근 업체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단전·연기 피해 현황을 점검하고, 한국전력과 함께 화재 현장을 우회하는 임시 전력 선로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산업단지 주변 도로와 전주에 묻은 화재 부산물을 제거하고, 지하 관로·공공시설 파손 여부에 대한 합동 점검도 진행 중이다.
대형 물류시설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는 상황에서, 천안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난상황 전담팀 신설과 화재 예방·대응 매뉴얼 보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겨울철을 앞두고 비슷한 유형의 대형 창고·물류센터에 대한 특별 점검 요구도 커지고 있다.
- 이전글농심, 글로벌 메가 브랜드 '신라면'의 새 얼굴로 '에스파(aespa)' 발탁! 25.11.19
- 다음글AI가 판도를 바꾼다: 글로벌 IT 공룡들, 성장률 고공행진 속 실적 발표 25.11.14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