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해뉴스=이상엽 기자) 네이버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를 전격 인수하며,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과 웹 플랫폼을 결합한 20조 원 규모의 초대형 핀테크 기업으로 거듭난다. 이는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경영 전면에 복귀한 이후 추진해 온 글로벌 확장과 AI 기술 고도화 전략의 정점이라는 평가다.

26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 교환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 이번 결정으로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가 되며, 네이버의 손자회사로 편입된다.

양사의 주식 교환 비율은 1대 2.54로 산정되었다.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2.54주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기업가치 5조 원의 네이버파이낸셜과 15조 원으로 평가받는 두나무가 결합함으로써, 단숨에 기업가치 20조 원에 육박하는 글로벌 금융 플랫폼이 탄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합병의 핵심은 플랫폼과 가상자산의 물리적, 화학적 결합이다. 지금까지 글로벌 빅테크 기업 중 가상자산 거래소를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사례는 전무했다. 네이버는 이번 인수를 통해 광고와 커머스에 치우친 기존 수익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 디지털 금융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결합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변화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이다.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람다256의 루니버스(기사 원문의 기와체인 등을 포괄하는 개념) 기술을 활용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네이버페이 생태계 내 결제 수단으로 도입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대신증권 이지은 연구원은 이번 거래가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이 네이버페이와 연동될 경우 실물 경제에서의 활용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한 대출이나 예치금 운용 등 파생 금융 서비스로의 확장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번 합병은 일본 라쿠텐 그룹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라쿠텐은 2018년 가상자산 거래소를 인수한 뒤, 쇼핑 적립금(라쿠텐 포인트)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전환하거나 가상자산으로 쇼핑 결제를 지원하는 등 '라쿠텐 경제권'을 완성한 바 있다. 네이버 역시 커머스, 웹툰, 스트리밍(치지직) 등 다양한 서비스와 가상자산을 연결하여 독자적인 토큰 이코노미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네이버가 주력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와의 결합도 관전 포인트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등 생성형 AI 기술이 두나무의 블록체인 온체인 데이터와 결합할 경우, AI가 사용자 대신 자산을 운용하고 결제까지 수행하는 'AI 온체인 에이전트'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일각에서 제기된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이슈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모두 기존 은행법상의 전통 금융기관이 아닌 혁신 금융 사업자로 분류되며, 가상자산 사업자의 결합을 규제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