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장 가능하다'는 전고체 배터리, 왜 현장에서는 의심부터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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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소개

김한용은 자동차 산업을 ‘제품 리뷰’가 아니라 ‘기술·구조·시장 맥락’으로 해석하는 저널리스트다. 신차 시승이나 스펙 비교에 머무르지 않고, 해당 기술이 왜 등장했는지, 산업 전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그 주장이 검증 가능한 단계에 와 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자율주행처럼 과장과 기대가 쉽게 섞이는 영역에서 수치·구조·현장 단서를 근거로 한 냉정한 거리두기가 강점으로 꼽힌다.


'김한용의 mocar(@mocar_official)'의 콘텐츠는 ‘확신을 주기보다 판단의 재료를 제공하는 방식’에 가깝다. 기술 홍보와 실체를 구분하려는 태도가 일관되며, 실물 공개 여부, 검증 방식, 산업 관행과의 불일치 같은 지점을 집요하게 짚는다. 미래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현재 시점에서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긋는 접근법은 자동차 기술을 소비하는 시청자에게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한다. 과장된 기대가 넘치는 기술 이슈 속에서, mocar는 ‘지금 믿어도 되는 것과 아직 지켜봐야 할 것’을 가르는 기준점으로 기능한다.


너무 완벽한 선언이 던진 첫 의문

CES 현장에서 도넛 랩은 전고체 배터리를 이미 양산 단계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바이크와 소형 자동차에 실제 적용된 배터리를 전시하며, 이 기술은 더 이상 미래가 아닌 “오늘 당장 구매 가능한 기술(Available today)”이라고 강조했다. 발표 내용만 놓고 보면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판을 뒤집을 만한 선언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껴진 분위기는 기대보다 의구심에 가까웠다. 화재 위험이 없고, 배터리 열화가 거의 없으며, 10만 회 충·방전 사이클, 극한 온도에서도 성능 유지, 5분 완충, 기존 리튬이온보다 저렴한 가격까지. 수십 년간 업계가 풀지 못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했다는 설명은 ‘사실이라기엔 너무 좋은’ 이야기처럼 들렸다.


데자뷔처럼 떠오른 과거의 장면

이 장면은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초기 테슬라가 껍데기만 있는 차량과 과감한 수치를 내세웠을 때도, 시장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말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과 사기라는 의심이 동시에 따라붙었다. 결과적으로 테슬라는 판을 바꿨지만, 그 과정에서 사라진 수많은 ‘미래 기업’도 함께 존재했다.


도넛 랩이 지금 그 갈림길에 서 있다는 인상은 그래서 더 강하게 남는다. 혁신의 시작일 수도 있고, 검증되지 않은 약속의 반복일 수도 있다. 이 판단은 감정이 아니라, 결국 기술로 가려질 문제다.


꿈의 배터리 전고체, 설명은 넘쳤지만 증거는 없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구조다. 열폭주 위험이 낮고, 온도 변화에 강하며, 수명이 길다는 점에서 ‘꿈의 배터리’로 불려왔다. 하지만 상용화를 가로막아 온 것은 양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기술적 난제였다.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조차 이 벽을 넘지 못해 상용화 시점을 수년 뒤로 미뤄왔다.


도넛 랩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했을 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에너지 밀도, 충전 속도, 내구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수치가 제시됐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현장에 전시된 배터리는 실제 작동 셀이 아니라 ‘목업’이었다. 내부 구조를 뜯어 보여주는 시연도, 실물 검증도 없었다. 기술 설명은 풍부했지만, 물리적 증거는 보이지 않았다.


'오늘 살 수 있다'면서 팔지 않는 기술의 모순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됐다고 주장한 바이크 ‘버지’ 역시 내부 공개는 없었다. 배터리 기술을 핵심으로 내세우는 자리에서 배터리를 보여주지 않는 장면은 업계 관행과 어긋난다. BYD처럼 배터리를 직접 훼손하는 극단적인 시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부 구조를 공개하는 검증 과정은 필요했다.


더 큰 의문은 ‘Available today’라는 표현이었다. 정말 오늘 당장 구매 가능한 기술이라면, 현장에서 판매하고 외부 검증을 허용하는 편이 오히려 신뢰를 높였을 것이다. 그러나 구매도, 실험도 불가능한 상태에서 기술의 완성도를 주장하는 방식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웠다. 여기에 모터 기업이 배터리 양산까지 단숨에 도달했다는 서사 역시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신뢰도 미달, 그러나 가능성은 보류

전시된 콘셉트카의 완성도 또한 의문을 남겼다. 마감, 구현 가능성, 양산을 전제로 한 설계 어느 면에서도 현재 시장의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 수준에서 스포츠카와 플랫폼 확장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과거 수많은 ‘베이퍼웨어’ 사례들과 겹쳐 보인다. 지금 시점에서 이 회사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배터리는 내부를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 단정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정말로 도넛 랩이 돌파구를 찾아냈다면, 지금의 의심은 훗날 ‘미래를 알아보지 못한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 다만 그 판단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 1~2년, 외부 검증과 실제 적용 사례가 쌓인 이후에야 이 배터리가 혁신인지, 미완의 약속인지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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