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 할사람?'… 밤마다 달리는 당근마켓 경찰과 도둑

본문

0548da5dee715ac450002877b64d8be0_1767143060_8505.jpeg
최근 당근마켓 등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모인 2030세대가 도심에서 '경찰과 도둑'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사진=AI 생성 프로그램으로 연출)


당근마켓 경찰과 도둑, 모임 열풍…

동심 찾아나선 MZ세대 디지털 피로감에 오프라인 ‘약한 연결’ 선호… 전국 각지서 유행


2025년 12월. 영하의 날씨에도 서울 도심 공원과 골목길이 뜨겁다. 때아닌 추격전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달린다.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경찰과 도둑’ 게임 현장이다.


중고 거래 앱에서 도둑을 찾다

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에는 최근 이색적인 구인 글이 쏟아지고 있다.


“경도 할사람?”, “경찰과 도둑 하실 분 구합니다”, “도파민 채울 어른이(어른+어린이) 모집” 등의 게시물이다. 이른바 ‘ 당근마켓 경도(경찰과 도둑)’ 모임이다.


참여 열기는 뜨겁다. 모집 글이 올라오면 순식간에 정원 20명이 마감된다. 참가비도 없고 조건도 없다. 성별과 나이는 무관하다. 오직 학창 시절처럼 전력 질주할 체력만 있으면 된다.


참가자들은 퇴근 후인 오후 8시에 모인다. 낯선 사람들과 어색하게 인사할 틈도 없다. 게임이 시작되면 모두가 진지해진다. 술래잡기의 긴장감은 회사 생활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숨 가쁜 추격전, 되살아난 동심

게임 규칙은 단순하다. 경찰 팀이 제한 시간 내에 도둑 팀을 모두 잡으면 이긴다. 참가자들은 지형지물을 이용해 숨거나 도망친다. 체면은 잠시 내려놓는다.


실제 게임에 참여한 류채우 씨는 이 재미에 빠져 직접 모임까지 만들었다. 류 씨가 개설한 모임 방에는 현재 20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 강원, 충남 아산, 전북 전주 등 전국 각지에서 원정 참여를 하기도 한다.


류 씨는 “처음엔 도둑 역할을 하고 싶어 하지만 한 판 뛰고 나면 다들 힘들어서 경찰을 하려 한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행색은 분명 어른인데 표정은 아이처럼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게임이 끝나면 쿨하게 헤어지거나,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며 뒤풀이를 즐긴다.


디지털 단절의 역설, 살아있음을 확인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디지털 사회의 반작용으로 해석한다. 모든 관계가 온라인으로 연결된 시대에 오프라인의 물리적 감각이 희소성을 갖게 된 것이다.


영상 속 전문가는 “현대인은 사회적 연결망이 단절되고 고립된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약하게나마 타인과 유대와 연대를 갖고자 하는 소망이 놀이 문화(당근마켓 경도)로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사람의 숨소리와 웃음소리를 직접 느끼는 활동은 디지털 화면이 줄 수 없는 쾌감을 선사한다. 낯선 이들과의 ‘약한 연결’이 주는 부담 없는 소속감도 인기 요인이다.


놀이로 진화하는 관계 맺기

2026년에도 이러한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 증가와 개인주의 심화 속에서 부담 없이 즐기고 빠지는 ‘게릴라성 놀이 문화’는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과거의 회식이 조직의 단합을 위한 의무였다면, 현재의경도 개인의 즐거움을 위한 선택이다. 2025년의 어른들은 술잔 대신 땀방울을 나누며 새로운 연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현재까지 총 617건의 기사가, 최근 1달 동안 198건의 기사가 발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