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힙' 열풍… 2030 세대 활자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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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디톡스와 과시욕 사이, 새로운 독서 문화 정착

2030 세대가 책을 펴고 펜을 들었다. 짧고 자극적인 숏폼 영상에 피로감을 느낀 젊은 층이 텍스트(Text)를 힙(Hip)한 문화로 소비하고 있다. 이른바 ‘텍스트 힙’ 현상이다.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를 넘어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필사하고 이를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는 ‘라이팅 힙(Writing Hip)’으로까지 진화했다.


숏폼 피로감 반작용, 활자 찾는 2030

텍스트 힙은 ‘텍스트’와 ‘힙하다’의 합성어다. 독서가 고리타분한 학습이 아닌 개성 있는 취미로 자리 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연간 종합 독서율은 43.0%로 2021년 대비 4.5%포인트 감소했다. 그러나 20대의 독서율은 74.5%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전체적인 독서 인구는 줄었지만, 20대를 중심으로 한 '코어 독서층'은 오히려 탄탄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도파민 디톡스’ 욕구가 깔려 있다. 1분 미만의 빠른 영상 전환에 지친 뇌를 쉬게 하려는 움직임이다. 활자는 영상보다 능동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텍스트를 읽고 해석하는 과정 자체가 남들과 다른 지적 유희, 즉 ‘힙한 행위’로 인식되는 것이다.


‘쓰는 행위’의 매력, 라이팅 힙

눈으로 읽는 것을 넘어 손으로 쓰는 ‘라이팅 힙’도 주목받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필사’를 검색하면 150만 개 이상의 게시물이 쏟아진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만년필 등 프리미엄 필기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라이팅 힙은 소유욕과 기록 욕구를 동시에 충족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저성장 시대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청년들이 기록을 통해 자기 효능감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문장을 베겨 쓰는 행위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에게 낯설지만 신선한 아날로그 경험을 제공한다.


보여주기식 독서 논란과 긍정적 효과

일각에서는 텍스트 힙을 ‘패션 독서’라고 비판한다. 책을 읽지 않고 표지만 찍어 올리거나, 어려운 책을 액세서리처럼 활용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난해하기로 유명한 쇼펜하우어의 철학서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한 현상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한다. 이권우 도서평론가는 “과시적 독서라도 책을 손에 잡게 하는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보여주기 위해 시작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한 줄의 문장이 주는 울림을 경험한다면 독서 인구 유입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시적 유행 넘어 문화로

텍스트 힙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굳어질 전망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이러한 흐름에 기름을 부었다. 출판계는 2030 세대의 취향을 겨냥한 리커버(표지갈이) 판본과 굿즈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읽고 쓰는 행위가함을 넘어일상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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