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지붕 위가 더 깨끗하다?… 80억 명 태우는 인도 철도의 위험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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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기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명확하다. 객차 안은 콩나물시루고, 지붕 위까지 사람이 매달려 가는 아찔한 풍경이다.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탈까?"라는 의문에 대부분은 '가난'이나 '인구'를 답으로 내놓는다.
하지만 이 현상 이면에는 수천 년을 지배해 온 종교적 신념과 독특한 위생 관념이 숨어 있다. 최근 유튜브 채널 '보다(BODA)'에 출연한 역사·고고학 전문가 4인(강인욱·김용준·박근형·곽민수)의 분석을 토대로, 인도 철도의 기이한 풍경과 그 속에 담긴 인류학적 진실을 파헤쳐 본다.
1년에 80억 명 이동… 중국의 2배 태우는 지옥철
인도의 철도 총연장은 약 6.8만km로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은 세계 4위 규모다(2024년 기준). 하지만 '승객 밀도'로 따지면 압도적 1위다. 김용준 고려대 교수(인도 고고학 전공)는 "중국은 연간 철도 이용객이 약 40억 명 수준인 반면, 인도는 그 두 배인 80억 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물리적 인프라가 승객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1차적 원인이다. 40~80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이동이 빈번하지만, 침대칸(예약 필수)을 구하지 못한 서민들은 입석 차량인 '일반 칸'으로 몰린다. 여기에 느슨한 검표 시스템도 한몫한다. 역무원이 상시 검표를 하기 어려워 무임승차가 빈번하고, 이는 "표를 안 끊고 지붕에 타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로 이어진다. 다만 최근 전철화 구간이 늘어나면서 감전 사고 위험 때문에 지붕 탑승은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너의 땀이 닿으면 내 공덕이 날아간다… 의례적 오염
전문가들이 꼽은 더 근본적인 원인은 힌두교의 '의례적 오염(Ritual Pollution)' 관념이다. 인도는 인더스 문명 시절(기원전 2500년경) 이미 완벽한 상하수도 시설을 갖췄던 나라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위생 인프라가 낙후된 배경에는 카스트 제도가 있다.
▪️ 접촉의 공포 : 상위 계급(브라만 등)은 하위 계급의 체액(땀, 침)이나 그들이 사용한 물건과 접촉하면 자신이 쌓은 영적 공덕(Karma)이 오염된다고 믿는다. 콩나물시루 같은 기차 안에서의 신체 접촉은 이들에게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선 '영적 재난'이다.
▪️ 역설적 선택 : 차라리 위험을 감수하고 창문에 매달리거나 지붕에 올라가는 것이, 낯선 타인과 몸을 비비는 것보다 심리적으로 편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화장실이 집 안에 없는 이유
이 '오염 회피' 본능은 화장실 문화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전통적인 힌두교도들은 화장실을 '부정한 공간'으로 인식해 집 안에 들이기를 극도로 꺼렸다. 배설물은 카스트 중 가장 낮은 계급이 치워야 할 몫이었기에, 일반 가정에서는 수세식 화장실 설치를 거부하고 야외 배변을 선호하는 경향이 지속됐다.
이는 한국이나 일본이 분뇨를 '거름'으로 인식해 자원화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다행히 모디 정부의 '클린 인디아(Swachh Bharat)' 캠페인으로 최근 가정 내 화장실 보급률이 90% 이상으로 급증했으나, 수천 년 된 문화적 관성을 완전히 바꾸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영은 NO, 크리켓은 YES
스포츠에서도 문화적 DNA가 드러난다. 인도가 올림픽 수영 종목에서 약세인 이유도 '물'을 매개로 타인의 체액과 섞이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축구 같은 격렬한 몸싸움(신체 접촉)이 필요한 종목보다는, 철저히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크리켓'이 국민 스포츠가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반면 이슬람 문화권인 중동은 또 다르다. 박근형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무슬림은 옷차림 때문에 남성도 좌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이 예절"이라며, "화장실 문화는 그 사회의 종교와 복식, 기후가 만들어낸 복합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위생과 전통의 충돌, 변화는 시작됐다
인도는 지금 거대한 과도기에 있다. 경제 성장과 함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불가촉'의 엄격한 규율은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인도 정부는 대규모 공중화장실 건설과 인식 개선 캠페인을 통해 '위생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시도 중이다.
하지만 80억 명을 태우는 철도의 물리적 혼잡과, 땀 한 방울조차 섞이기 싫어하는 내면의 문화적 거리두기는 여전히 충돌하고 있다. 인도의 기차는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 문명(철도)과 고대 신분제(카스트)가 가장 극적으로 부딪히는, 달리는 역사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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