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이냐, 청록색이냐? 2026년 컬러 전쟁, 당신의 지갑을 열 색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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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톤 '클라우드 댄서' vs WGSN '트랜스포머티브 틸'...
도화지 필요한 시대 vs 변화가 돈 된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가 밝았지만 정작 글로벌 색채 기업들이 내놓은 '올해의 컬러'는 그야말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이제 좀 쉬자"며 흰색을 꺼내 든 곳이 있는가 하면, "변해야 산다"며 짙은 청록색을 제안한 곳도 있다. 심지어 공간 디자인 업계는 "초록색은 지겹다, 이제는 빨강"이라며 정반대 해석을 내놨다. 왜 전문가들은 같은 2026년을 보며 서로 다른 색깔을 가리키고 있을까. 그 이면에 숨겨진 비즈니스 전략과 심리학을 분석했다.
팬톤의 도발 : 2026년은 흰색이다, 아무것도 하지 마라
'색채의 제왕' 팬톤(Pantone)이 던진 화두는 충격적이다. 그들이 꼽은 2026년의 색은 '클라우드 댄서(Cloud Dancer)'. 쉽게 말해 부드러운 흰색이다. 지난 수년간 '모카 무스(2025)', '피치 퍼즈(2024)' 등 확실한 유채색을 밀어왔던 행보와는 딴판이다. 발표 직후 "그냥 흰색 아니냐", "창의력이 고갈됐나"라는 비아냥이 쏟아진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로리 프레스먼 팬톤 부사장은 "예상했던 논란"이라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팬톤의 논리는 명확하다. 지금 인류는 소음과 도파민 중독에 지쳐있다는 것. 클라우드 댄서는 모든 자극을 소거한 상태, 즉 '무(無)의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디자이너들에게 "이제 색깔로 장난치지 말고, 본질에 집중하라"는 메시지이자, 소비자에게는 "복잡한 건 딱 질색"이라는 심리를 정확히 타격한 '힐링 마케팅'의 정점이다.
WGSN의 반격 : 데이터는 거짓말 안 해, 돈 되는 건 청록색
반면, 삼성전자와 아디다스가 참고한다는 트렌드 컨설팅 기업 WGSN(컬러로)의 선택은 철저히 실리적이다. 이들이 꼽은 '트랜스포머티브 틸(Transformative Teal)'은 짙은 청록색이다. 팬톤이 '감성'을 팔았다면, WGSN은 '데이터'를 판다.
▪️검색량 급증 : 최근 구매 관련 검색어에서 '청록색(Teal)' 키워드가 전년 대비 9% 상승했다.
▪️이중적 의미 : 파란색(디지털, 신뢰)과 초록색(친환경, 자연)을 섞어 기후 위기와 AI 시대를 동시에 상징한다.
즉, 기업 입장에서 실패할 확률이 가장 낮은 '안전 자산'과 같은 색이다. WGSN은 2026년을 '방향 전환의 해'로 규정하며, 소비자들이 불안정한 시기에 믿음직하면서도 변화를 수용하는 색상에 지갑을 열 것이라 예측했다.
NCS의 훈수 : 초록색은 이제 끝물, 인테리어는 빨강으로 간다
건축과 인테리어 등 공간 색채를 다루는 NCS 컬러의 분석은 더 급진적이다. 이들은 "지난 몇 년간 유행한 '바이오필릭(자연 친화)' 트렌드로 인해 초록색이 남용됐다"고 진단했다. 사람들이 이제 초록색만 봐도 피로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NCS는 초록의 보색인 '빨강'의 부상을 예고했다. 이는 역사적 데이터에 기반한다. 인류는 거대한 재난(팬데믹 등)이 끝나면 보상 심리로 강렬하고 원색적인 컬러를 찾는 경향이 있다(1920년대 아르데코 양식처럼). NCS는 이를 '변절자(Renegade)'라는 키워드로 설명하며, 공간 디자인에서 빨강과 갈색이 새로운 고급스러움을 담당할 것이라 전망했다.
결국 누구에게 팔 것인가의 싸움
수학적으로 볼 때, 2026년 거리는 '흰색 옷을 입고(팬톤), 청록색 스마트폰을 든 채(WGSN), 붉은 포인트 벽지가 있는 카페(NCS)에 앉아 있는' 사람들로 채워질 확률이 높다.
세 기업의 엇갈린 예측은 그들의 주 고객층이 다르기 때문이다. 팬톤은 대중의 '스토리'를 소비하는 패션·뷰티 시장을, WGSN은 '매출'이 중요한 제조·IT 기업을, NCS는 한번 칠하면 10년은 가야 하는 '공간'을 다룬다. 따라서 올해의 컬러는 정답을 맞히는 시험이 아니라, 각 산업군이 취해야 할 생존 전략을 보여주는 나침반으로 해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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