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논리 시대에 '센스'를 다시 꺼내 든다… 롱블랙 첫 단행본, 호소다 다카히로가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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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더 센스 단행본)

'스마트폰이 먼저'…감각보다 논리가 앞서는 소비의 역전


호소다는 과거엔 냄새·표정·손때 같은 단서를 통해 직관적으로 판단하던 일이, 이제는 리뷰와 평판을 확인해 ‘정답’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그 결과, 가게와 브랜드도 통계적으로 ‘선택받기 쉬운’ 외관·메뉴·사진 포인트를 반복하며 경험이 비슷해지는 흐름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최적화의 획일화’를 AI가 더 빠르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래서일수록 각자의 상상력, 가치관, 편애와 집착 같은 ‘감각의 힘’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상이 공략본처럼 흘러가도, 나만의 발견은 결국 감각에서 나온다”는 식의 문제의식이다. 


디자이너의 경쟁력은 정답 찾기가 아니라 '문제 재정의'

호소다가 특히 디자이너를 콕 집은 이유는 명확하다. 감각을 중심에 두고 문제를 다시 정의하는 일을 가장 강하게 요구받는 직업군이라는 판단이다. 


그가 든 대표 사례는 휴스턴 공항 수하물 민원이다. 시스템·동선·협업 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했는데도 체감 대기 시간이 크게 줄지 않자, 오히려 승객이 수하물 수령장까지 더 걸어가도록 동선을 바꿨고 불만이 줄었다는 이야기다. 핵심은 ‘객관적 시간’이 아니라 ‘주관적 시간 감각’이었다는 해석이다. 


즉, 디자인은 예쁘게 꾸미는 기술을 넘어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기준으로 문제의 핵을 다시 잡는 작업이고, 이 감각 기반의 재구성이야말로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브랜드를 바꾼 감각의 실험 : '코튼 누보'와 '보이는 기술'

센스가 브랜드 성과로 이어지는 예로 호소다는 일본 타월 브랜드 이케우치 오가닉의 ‘코튼 누보’를 언급했다. 면(코튼)은 수확 연도에 따라 촉감이 달라질 수 있는데, 소비자는 타월을 균질한 공산품으로 인식해왔다는 것. 여기서 “그해의 면 감촉을 즐긴다”는 발상을 붙여 새로운 카테고리 인식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포인트는 ‘말로 설명하지 말고 감각으로 전달하라’는 조언이다. 그는 센스를 기르는 방법 중 ‘시그널’을 추천하며, 나이키 에어처럼 기술을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구조를 드러내 한눈에 이해시키는 방식이 더 강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센스는 '없다/있다'가 아니라 '쓰느냐/안 쓰느냐'

호소다는 “센스가 없는 사람은 없다”는 쪽에 선다. 다만 감각을 먼저 쓰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확보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갈린다는 주장이다. 제품이 안 팔리면 분석부터 하기 전에 사용자가 되어 느껴보고, 불편함을 ‘세렌디피티의 씨앗’으로 재해석해보라는 식이다. 


이번 책은 번역서가 아니라 롱블랙과의 협업으로 기획·집필된 오리지널 한국판을 표방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플랫폼 기반 콘텐츠가 단행본으로 확장하며 ‘읽는 습관’이라는 브랜드 미션을 오프라인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AI 시대, 센스가 다시 경쟁력이 되는 이유

AI가 자료 조사·요약·최적화를 더 쉽게 만들수록, 브랜드 경쟁의 무게중심은 “정답 같은 결과물”에서 “사람이 느끼는 경험의 설계”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호소다가 말하는 ‘센스’는 결국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감각을 단서로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설득 가능한 논리로 엮는 업무 역량으로 재포지셔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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