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간판 없는 4층’에 숨은 티 바…낮엔 차, 밤엔 칵테일 '아사시'의 블렌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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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사시)


브랜딩 에디터 출신 배재희 디렉터가 만든 ‘블렌드 티 바’…

아르데코·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길어 올린 공간 언어


서울 을지로의 낡은 건물 4층에 자리한 블렌드 티 바 ‘아사시(ASASI)’가 낮에는 차, 밤에는 칵테일을 내는 ‘시간대 블렌딩’ 운영과 동서양 재료를 섞는 메뉴로 주목받고 있다. 아사시를 기획·운영하는 배재희 디렉터는 “차를 일상에서 물처럼 마실 수 있는 음료로 제안하고 싶었다”며 공간 자체를 ‘낯설지만 기분 좋은’ 경험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아사시'는 꿈에서 왔다… 근원(Origin)을 뜻하는 이름

아사시라는 이름은 인도네시아어로 ‘근원, 근본(Origin)’을 뜻한다.


배 디렉터는 프리랜서로 일하던 시절 꿈에서 우연히 ‘아사시’라는 단어를 보고 메모해 둔 뒤, 약 7년이 지나 지금의 티 바 이름으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차와 칵테일의 경계 넘나드는 블렌드… 낮·밤 운영도 하나의 메뉴

아사시는 ‘블렌드(Blend)’를 공간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차를 베이스로 우유나 술을 섞어 새로운 맛을 만들 듯, 낮과 밤이라는 상반된 시간대도 ‘블렌딩’해 서로 다른 무드를 제안한다는 것이다.


다즐링×법주, 판나코타×도토리… 동서양 경계를 허무는 조합

메뉴는 배 디렉터의 취향과 경험에서 출발한다. ‘한 가지 맛을 그대로 구현하기보다 섞었을 때 생기는 변화’에 끌렸고, 어린 시절 보리·옥수수·결명자 등을 섞어 끓이던 기억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줬다고 했다.


실제 메뉴에는 다즐링 홍차와 경주 법주를 조합하거나, 이탈리아식 판나코타에 도토리를 더하는 방식 등이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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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없는 4층'을 택한 이유… 발견의 기쁨과 도시의 저녁

입지도 콘셉트의 일부다. 을지로를 “오래된 시간과 가장 새로운 풍경이 중첩된 동네”로 보고, 낮에는 한적한 쉼을, 해가 지면 ‘도시의 저녁’다운 무드를 제안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4층에 간판을 달지 않은 것도 ‘찾아오는 여정부터 경험이 시작되길’ 바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아르데코·사그라다 파밀리아·검은 사각형… 공간 디테일에 숨은 서사

공간은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것’에 대한 공감대에서 출발해 1920년대 아르데코 양식을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로고는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받은 인상(완성보다 ‘과정’ 자체의 감탄, 마방진 등)을 바탕으로 했고, 공간 곳곳에는 ‘검은 사각형’ 형태가 반복된다. 흥미로운 건 공간팀과 로고 디자이너가 따로 맞춘 게 아닌데도 로고와 좌석이 모두 ‘아홉 개의 검은 사각형’으로 맞아떨어졌다는 대목이다.


결론

아사시는 ‘차 문화의 고급화’ 흐름 속에서, 격식보다 일상성에 방점을 찍고(“물처럼 마시는 차”), 시간대 운영까지 메뉴처럼 설계한 사례로 읽힌다.


배 디렉터는 2026년 해외 예술가·DJ 협업, 책 기반 프로그램, 아사시만의 매체 구상 등을 언급하며 “2호점 같은 물리적 확장보다 이 공간을 매개로 이야기를 늘리고 싶다”고 했다. 티 바가 단순 F&B를 넘어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흐름이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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