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마주치면 싸우자는 뜻… 강아지가 당신을 피하는 과학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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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이너' 설채현(Seol Chae-hyun)
수의사(Veterinarian)와 트레이너(Trainer)를 합친 ‘수레이너’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국내 대표 동물 행동 교정 전문가.
건국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KPA(Karen Pryor Academy) 공인 트레이너 자격을 취득했다.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통해 “문제견은 없다, 문제 보호자만 있을 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반려동물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을 받는다. 의학적 지식과 행동학적 솔루션을 결합한 그의 유튜브 채널 ‘설채현의 놀로와’는 2026년 현재 반려인들의 필수 지침서로 통한다.
수레이너 설채현이 밝힌 '개들이 싫어하는 3대 유형'… 1500만 반려인 시대의 필수 에티켓
“귀엽다고 무작정 손부터 뻗나요? 강아지 입장에선 ‘묻지마 폭행’ 위협과 다를 바 없습니다.”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설채현의 놀로와’에 공개된 영상에서 설채현 수의사가 던진 경고다. 그는 강아지가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인간의 유형을 분석하며, 무심코 하는 행동이 개에게는 심각한 공포가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비율은 28.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1]. 반려견 수만 약 499만 마리에 달하는 ‘반려동물 전성시대’지만, 여전히 개물림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설 수의사는 “친해지고 싶은 마음보다 중요한 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형 1: 무례한 바디랭귀지… 눈 깔아는 생존 본능
설 수의사가 꼽은 최악의 행동은 ‘아이 컨택(Eye Contact)’이다. 사람 사이에서는 눈을 맞추는 것이 신뢰와 애정의 표현이지만, 낯선 개에게 정면 응시는 명백한 공격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핀란드 헬싱키 대학 연구팀은 개들이 위협적인 표정을 감지했을 때 사람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를 생존 위협으로 간주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2].
상체를 숙여 개를 덮치는 듯한 자세나, 갑자기 손을 내미는 행동도 금물이다. 설 수의사는 “개의 후각은 인간보다 수천 배 뛰어나 멀리서도 충분히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며 “갑자기 손을 코앞에 들이미는 건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를 침범하는 무례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수의학계에서도 가장 엄격하게 금지하는 접근 방식 중 하나다.
유형 2 : 감각 테러리스트… 술 냄새와 하이톤의 공포
청각과 후각이 예민한 개들에게 특정 유형의 사람들은 존재 자체가 스트레스다. 대표적인 기피 대상은 목소리가 크고 동작이 큰 사람들, 특히 통제가 어려운 ‘어린아이’다. 아이들의 돌발 행동과 높은 톤의 목소리는 개에게 불확실성과 공포를 유발한다.
‘술 냄새’ 풍기는 사람도 블랙리스트 1순위다. 알코올의 휘발성 성분은 개의 코점막을 강하게 자극해 고통을 준다. 더 큰 문제는 ‘트라우마’다. 설 수의사는 “개들이 가장 많이 알코올 냄새를 맡는 곳은 바로 동물병원”이라며 “알코올 냄새가 뇌의 편도체(Amygdala)를 자극해 주사나 공포스러웠던 기억을 즉각적으로 소환한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낯선 향수나 노인 특유의 체취 또한 사회화가 덜 된 개들에게는 경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 시각 : 눈 똑바로 쳐다보기, 상체 숙여 압박하기.
- 촉각 : 갑작스러운 손 내밀기, 과도한 포옹(Hug).
- 청각 : 크고 높은 목소리(아이들, 취객).
- 후각 : 진한 알코올 냄새, 강한 향수, 낯선 체취.
유형 3: 호르몬의 비밀… 왜 남자를 더 싫어할까?
흥미로운 점은 개들이 여성보다 남성을 더 경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남성의 덩치가 크거나 목소리가 낮아서만은 아니다. 설 수의사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냄새가 개들에게 본능적인 경계심이나 경쟁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실제로 성전환 수술을 한 보호자의 사례를 들며, 호르몬 변화에 따라 반려견의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코르티솔(Cortisol) 냄새 또한 개들이 기가 막히게 감지해 거리를 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펫티켓’ 넘어 ‘펫 리터러시’ 시대로
전문가들은 이제 단순한 에티켓을 넘어 동물의 행동 언어를 이해하는 ‘펫 리터러시(Pet Literacy)’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려인구 1500만 시대, 2025년 기준 반려동물 연관 산업 규모는 4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3]. 시장은 커졌지만, 비반려인과 반려인 사이의 갈등을 줄이는 성숙한 문화는 여전히 과제다.
설 수의사는 “개가 싫다는 신호(카밍 시그널)를 보낼 때 즉시 멈추는 것이 신뢰의 시작”이라며 “사랑한다면 억지로 안으려 하지 말고, 그들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용어 설명
[1]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 타인이 침범했을 때 불쾌감이나 위협을 느끼지 않는 개인적인 물리적 공간. 동물에게도 생존을 위한 안전거리가 존재한다.
[2] 편도체(Amygdala): 뇌 측두엽 안쪽에 위치한 신경핵 덩어리로, 공포·불안 등 감정 기억과 생존 반응을 담당하는 핵심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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