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어회 왜 지금인가 – 제철의 비밀부터 맛집 선택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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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왜 사람들은 방어회를 찾게 되는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회 생각을 한다. 특히 ‘방어회’라는 단어가 들릴 때마다 입가에 자동으로 기름이 도는 기분이 든다. 방어는 우리 식탁 위의 계절을 알려주는 어종이다. 그 유래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조선 시대 문헌인 세종실록에는 이미 함경도와 강원도 해안의 주요 어획물로 방어가 기록되어 있었고, 이는 최소 15세기부터 우리가 이 생선을 잡아왔다는 뜻이다. 다만 그때의 방어는 회보다는 젓갈이나 구이, 건어물로 더 많이 소비되었다.


‘방어회를 먹는다’는 문화가 지금처럼 대중화된 것은 산업화 이후 내수시장과 냉장 유통 기술이 발달하면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고급 어류의 대부분이 일본으로 수출되던 시절이 있었고, 국내에서는 서민이 쉽게 즐기기 어려운 ‘수출용 생선’이었다. 그 시절을 지나 우리 식탁에 방어가 다시 돌아왔다는 건, 그만큼 한국인의 입맛이 제철과 신선함을 추구하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방이 차오를 때, 방어는 비로소 제철이 된다

방어가 진짜 맛있어지는 건 수온이 떨어지는 순간부터다. 여름엔 북쪽 해역에 머물던 방어가 가을을 지나며 남하하기 시작하고, 겨울이 다가올수록 체내에 지방을 비축한다. 산란기를 대비해 몸집을 불리는 셈인데, 그 덕분에 살이 단단하고 기름진다. 우리가 말하는 ‘겨울 방어의 고소함’은 이 지방층 덕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방어는 ‘겨울의 왕’이라 불렸고, 겨울에 먹는 방어회는 여름의 광어보다 부드럽고, 참치보다 순하다. 최근에는 해류 변화와 수온 상승으로 어획 시기나 양이 들쭉날쭉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11월부터 2월 사이가 가장 맛이 오른다. 제주 방어축제가 이 시기에 열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방어의 맛과 영양

방어는 단지 고소한 생선이 아니다. 지방이 많아 보이지만 그 대부분이 불포화지방산이다. DHA와 EPA가 풍부하고, 비타민 D도 많아 혈관 건강과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장점만은 아니다. 겨울철 자연산 방어는 회충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알려져 있어 반드시 냉동 숙성 과정을 거친 후 먹는 것이 안전하다. 부위를 고를 때는 등살보다 뱃살이나 가마살 쪽이 기름이 많고 부드러워, ‘제철 방어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뱃살을 주문하는 것이 좋다.


방어회를 맛있게 먹는 방법

도톰하게 썰린 회를 한입 넣을 때는, 초장보다는 간장과 와사비에 살짝 찍어 기름기를 눌러주는 게 좋다. 기름진 맛이 부담스럽다면 신김치나 레몬즙을 곁들이는 것도 괜찮다. 마지막엔 방어 머리나 뼈로 우려낸 매운탕을 시켜야 한 끼가 완성된다. 사실 방어회는 단순히 회 한 접시로 끝나는 음식이 아니라, 찬 바람과 함께하는 계절의 의식 같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동네든 겨울이면 ‘방어회 들어왔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린다.


식당 평균 가격과 현명한 선택법

요즘 서울 기준으로 방어회 2인 세트는 보통 5만 원대에서 시작해 10만 원을 넘기도 한다. 부위 구성이나 활어 여부, 매운탕 포함 유무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중형 대방어 기준으로 2인 69,000원, 특대는 109,000원 정도가 일반적이다. 이 정도면 가성비가 괜찮은 수준이다. 지나치게 저렴한 곳은 냉동 수입산일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15만 원 이상이면 부위 구성과 숙성 방식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맛있는 집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활어를 직접 관리하거나, 회를 두툼하고 일정하게 써는 숙련된 칼질, 그리고 등살·뱃살·가마살이 고루 포함된 구성이다. 밑반찬이 성의 있는 곳도 회의 신선도에 자신 있는 집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회 맛은 회만이 아니라, 그 회를 내는 사람의 철학이 결정한다.


겨울마다 방어를 찾는 이유는 단순한 미식의 취향이 아니다.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한 점의 기름진 회가 입안을 가득 채울 때, 우리는 잠시 계절의 냉기를 잊는다. 그리고 이 짧은 행복의 순간이, 바로 방어가 겨울의 제왕이라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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