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공예 스웨덴 스톡홀름 상륙… 'Our Home' 한국 공예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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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rean_craft_archive 인스타그램)


스톡홀름 한복판에 세운 ‘Our Home’

올해 스톡홀름 공예주간에서 한국은 ‘주빈국’ 자격으로 참여해 한국 공예를 전면에 내세웠다. 행사의 중심에는 스웨덴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특별전 〈Our Home: Korean Craft Archive 2025〉가 있다. 공예주간 기간 이후에도 같은 장소에서 전시를 이어가며, 축제를 계기로 열린 전시를 장기적인 한국 공예 플랫폼으로 확장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스톡홀름 공예주간은 북유럽을 대표하는 공예 축제로, 도심 곳곳의 갤러리·공방·박물관 등이 함께 참여한다. 그 한가운데 자리 잡은 ‘Our Home’은 한국 공예의 얼굴이자, 한국이 세계 공예 생태계와 만나는 창구 역할을 한다.


21명의 작가가 짓는 하나의 집

전시에는 갑빠오, 강보송, 곽철안, 김누리, 김준수, 김현성, 류연희, 박원민, 서정화, 스튜디오 워드 등 21명의 한국 공예가가 참여했다. 각 작가는 자신이 다루는 재료와 기술, 미감을 ‘집’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풀어낸다.


기획은 디자이너 최근식, 신서영이 맡았다. 이들은 높이를 달리한 35개의 스탠드를 일정한 각도로 배치해, 관람객이 마치 방과 방 사이를 걷듯 작품 사이를 오가도록 연출했다. 스탠드 하나하나는 작가별 ‘방’이자 작은 집이 되고, 이 집들이 모여 하나의 ‘우리 집’ 풍경을 만든다.


나무·가죽·유리·금속… 공예로 다시 쓴 '집의 감각'

전시의 또 다른 포인트는 재료의 다양성과 해석 방식이다. 나무·가죽·섬유·종이·금속·유리 등 손맛이 살아 있는 재료들이 집의 온도와 분위기를 바꾸고, 일부 작업은 차갑고 단단한 재료로 ‘집’의 이미지를 낯설게 만든다.


작가들은 전통 기법을 유지하면서 형태와 용도를 변주하거나, 일상 사물을 재조합해 ‘공예는 장식’이라는 통념을 흔든다. 관람객은 각 작품을 보며 어린 시절의 집, 지금 사는 집, 언젠가 살고 싶은 집을 떠올리게 되고, 자연스럽게 ‘나에게 집이란 무엇인가’를 묻게 된다.


한국 공예의 '지금'을 기록해 두는 전시

〈Our Home〉은 제목처럼 한국 공예의 ‘지금’을 한곳에 모아 기록해 두는 전시이기도 하다. 단순히 연도별로 정리한 연표가 아니라, 지금 활동하는 공예가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재료와 방식을 쓰는지를 한 공간 안에 모아 놓은 커다란 기록장에 가깝다.


동시에 이 전시는 공예의 미래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대량 생산과 디지털 기술이 일상이 된 시대에, 손으로 만든 물건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공예는 우리 생활과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같은 물음이다. 전시 그래픽을 맡은 스튜디오 ‘마바사’와 사진 기록 작업은 이 질문들과 작가들의 작업이 이후에도 참고할 수 있는 기록으로 남도록 돕는다.


전망

〈Our Home: Korean Craft Archive 2025〉는 스톡홀름이라는 도시 안에 한국 공예가 지은 ‘한 채의 집’ 같다. 화려한 쇼룸보다, 재료와 손, 생활의 시간이 쌓인 집에 가까운 전시다. 이번 전시는 북유럽 관람객에게 한국 공예가 과거의 기술을 보존하는 역할을 넘어, 오늘의 삶을 해석하는 동시대 언어임을 보여준다.


향후 전시가 다른 도시나 후속 프로젝트로 이어진다면, 한국 공예를 둘러싼 국제적 대화는 더 넓어질 수 있다. 동시에 ‘K-팝’과 ‘K-드라마’에 이어 ‘K-공예’가 어떤 방식으로 자리 잡을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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