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한숨에 무너지는 이유, ADHD와 '거절 민감성'이라는 숨은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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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소개
정신과의사 뇌부자들(@brainrich6)은 불안, 우울, ADHD 같은 정신건강 이슈를 감정이나 성격의 문제로 돌리지 않는다. 이 채널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느끼고 반응할 수밖에 없는지를 전대상피질, 편도체, 전전두엽 같은 뇌 구조와 신경 회로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위로보다는 이해에 가깝고, 공감보다는 구조 분석에 가깝다. 그래서 ‘괜히 예민한 사람’이라는 자기 비난을 내려놓게 만드는 데 강점이 있다.
콘텐츠는 개인 상담 썰이 아니라 진료실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거절 민감성, 감정 폭주, 회피와 과잉 적응 같은 주제도 성격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 반응의 문제로 풀어낸다. 치료를 과장하지 않고, 약물과 인지 전략의 한계를 함께 짚는 태도도 특징이다.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은 마음을 달래는 채널이라기보다, ‘내 상태를 설명해 주는 채널’에 가깝다.
'예민해서 그래'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고통
상사의 한숨 하나, 메신저 답장의 지연, 회의 중 스쳐 지나간 표정 변화만으로 하루가 완전히 무너지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히 기분이 상하는 수준이 아니다. 가슴이 조여 오고 숨이 가빠지며, 머릿속이 멈춘다. 일부는 조퇴를 하고, 일부는 일을 내려놓은 채 연락을 끊는다. 주변에서는 “너무 예민하다”, “사회생활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그 반응이 과하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문제는 멈출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반복적인 반응은 성격 문제로 보기 어렵다. 최근 정신의학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ADHD와 깊게 연결된 하나의 핵심 증상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름은 낯설지만 고통은 익숙한 증상, ‘거절 민감성(RSD)’이다.
감정이 아니라 통증으로 처리되는 뇌의 반응
거절 민감성의 본질은 감정의 크기가 아니라 처리 방식이다. 뇌는 사회적 거절을 기분 상함이 아닌 생존 위협으로 인식한다. 핵심은 전대상피질이다. 이 부위는 따돌림이나 거절 상황에서 활성화되며, 실제 신체 손상과 유사한 통증 반응을 보인다.
ADHD 성향이 있는 경우 전대상피질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간 연결성이 약하다. 고통 신호는 빠르게 증폭되지만, 진정 신호는 늦게 도착한다. 그 결과 사소한 자극도 흉통, 호흡 곤란, 극심한 불안 같은 신체 증상으로 이어진다. 이는 과장된 감정 표현이 아니라 실제 생리적 반응이다.
'이 정도면 버텨야 한다'는 말이 남기는 상처
외부에서 보면 과도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사건의 크기가 아니라 뇌가 받아들이는 강도다. 자극은 작아도 체감은 극단적이다. 그래서 “그럴 일은 아니다”라는 말은 위로가 아니라 고립으로 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탓한다. 왜 이렇게 약한지, 왜 견디지 못하는지 자책한다. 하지만 이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 회로의 특성이다. 이를 모르면 사람은 계속 자기 자신과 싸우게 되고, 그 싸움은 우울과 회피로 이어진다.
회피하거나 과하게 맞추거나, 양극단으로 갈라지는 반응
거절 민감성이 강한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회피다. 평가받는 상황 자체를 피한다. 도전을 미루고 관계에서도 먼저 물러선다. 고통을 원천 차단하려는 방식이다.
둘째는 과잉적응이다.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 타인의 기대에 자신을 맞춘다. 겉으로는 사회성이 좋아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소진이 쌓인다. 결국 감당하지 못할 일을 떠안고, 그 실패를 다시 자기 탓으로 돌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다른 문제와의 경계, 핵심은 회복 속도
거절 민감성은 우울증이나 성격 문제와 혼동되기 쉽다. 차이는 회복 속도다. ADHD 기반의 RSD는 오해가 풀리거나 상황이 정리되면 비교적 빠르게 진정된다. 반면 다른 장애에서는 감정 반응이 장기화되고 행동 문제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치료 접근과 대응 전략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관리 가능한 특성으로 바꾸는 방법
연구에서는 교감신경 반응을 낮추는 약물과 함께, 비약물적 전략의 효과도 보고된다. 감정 폭발 직후 90초를 버티는 호흡, 사실과 해석을 분리해 적어보는 기록, 자동 사고 뒤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덧붙이는 연습은 과잉 반응을 낮추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핵심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폭주를 늦추는 것이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다'는 인식의 힘
거절 민감성을 이해하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처음으로 안도한다. 지금까지의 고통이 나약함이 아니라 뇌의 특성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변명이 아니라 관리의 출발점이다. 사소한 말에 무너지는 사람들은 약한 사람이 아니다. 남들보다 더 크게 느끼는 뇌를 가졌을 뿐이다. 이유를 알면 자책은 줄고 전략은 생긴다. 거절 민감성은 숨겨야 할 결함이 아니라, 다뤄야 할 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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