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멈췄다!… 5시간 숏폼이 부른 성인 ADHD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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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커녕 3줄짜리 카톡도 읽기 힘들어요."
1분 넘는 영상은 무조건 배속으로 봅니다.
직장인A씨는 퇴근 후 평균 5시간을 스마트폰 숏폼(Short-form) 시청에 쏟는다.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는 그 순간만큼은 직장의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 같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머릿속에 안개가 낀 듯 멍하다. 병원을 찾은 그에게 내려진 소견은 '성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성향'이었다.
현대인의 뇌가 '디지털 마약'에 절여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자극적인 콘텐츠, 카페인에 중독된 뇌는 현실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팝콘처럼 즉각적인 자극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으로 변형되고 있다는 게 의학계의 경고다.
26만 성인 ADHD 시대… 깨어있는데 '수면 뇌파'가 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성인 ADHD 진료 인원은 약 26만 명으로, 2020년 대비 3배 이상 폭증했다. 단순히 진단 기술이 좋아져서일까. 전문가들은 '뇌의 물리적 변화'에 주목한다.
최근 신경정신과 임상 연구들에 따르면, 숏폼 중독 호소자들의 뇌파(EEG)를 측정했을 때 전두엽 부위에서 비정상적인 '델타파'가 관찰되는 경우가 잦다. 델타파는 깊은 잠에 빠졌을 때 나오는 뇌파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델타파가 높게 나온다는 건 뇌 기능, 특히 판단과 집중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제 기능을 못 하고 '멍 때리는' 상태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뇌가 깨어있으면서도 졸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 이는 미국 워싱턴대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 교수가 경고한 '팝콘 브레인' 현상과 일치한다. 강렬한 자극에는 팝콘 터지듯 반응하지만, 독서나 업무 같은 느리고 은근한 자극에는 뇌가 반응을 멈추는 것이다.
Z세대는 하루 2시간 '도파민 샤워' 중
문제는 이 증상이 '표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2025 Z세대 숏폼 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20대(Z세대)의 평일 평균 숏폼 시청 시간은 126.6분이다. 주말에는 140분에 육박한다.
깨어 있는 시간의 10% 이상을 '15초짜리 쾌락'에 헌납하는 동안, 우리 뇌의 보상 회로는 망가진다. 도파민은 본래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호르몬이지만, 알고리즘은 노력 없이 도파민을 무한 리필해 준다.
의료계에서는 이를 '지연된 보상' 능력의 상실로 본다. 공짜 도파민에 익숙해진 뇌는 공부나 프로젝트처럼 성과가 천천히 나오는 활동을 극도로 혐오하게 된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긴 글을 못 읽는다"는 기업 임원들의 한탄은 단순한 세대 차이가 아니라, 뇌 과학적 현상일 수 있다.
뇌 가소성의 기적… 3주면 리셋 가능하다
다행인 것은 뇌의 '가소성'이다. 뇌는 쓰는 대로 변한다. 전문가들은 망가진 도파민 회로를 복구하는 데 최소 '3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솔루션은 의외로 아날로그적이다.
첫째, 시각적 맛없게 만들기 - 스마트폰 화면을 '흑백 모드'로 설정하면 뇌가 느끼는 색채 자극이 줄어들어 도파민 분비가 억제된다. 실제 임상 실험에서 흑백 모드 사용자의 스크린 타임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결과가 있다.
둘째, 물리적 감금 - 의지력은 믿을 게 못 된다. 스마트폰을 특정 시간 동안 열 수 없는 '금욕 상자'에 넣거나, 물리적으로 눈앞에서 치워야 한다.
셋째, 감각 차단 식사 - 식사하며 영상을 보는 '밥상머리 유튜브'는 최악이다. 뇌가 포만감을 느낄 새도 없이 먹기 때문이다. 귀마개를 하거나 파란색 식탁보를 써서 식욕을 진정시키고, 온전히 씹는 행위에만 집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몰입이 연봉을 결정하는 시대 온다
향후 5년 내 노동 시장에서 가장 희소하고 비싼 자원은 'AI 기술'이 아니라 '딥 워크(Deep Work·깊은 몰입)' 능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확률 90% 이상). 모두가 1분마다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주의력을 낭비할 때, 1시간을 온전히 한 가지 주제에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자체로 희소 자원이 된다.
2026년, 당신의 뇌는 알고리즘의 노예인가, 주인인가. 스마트폰 설정창을 열어 화면을 흑백으로 바꾸는 10초의 실행이, 당신의 뇌를 구원할 첫걸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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