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아마존 - 중독당하는 몰입, 쇼츠가 전두엽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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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소개
최재천은 진화생물학자의 시선으로 인간 사회를 해석하는 학자이자 대중 지식인이다. 연구실 안에서 머무는 과학자가 아니라, 생물의 진화·협력·경쟁 구조를 바탕으로 교육, 노동, 민주주의, 기술 문명까지 연결해 설명해 온 인물로 평가된다. ‘자연에는 낭비가 없다’, ‘다양성은 생존 전략이다’ 같은 메시지를 학문적 개념이 아니라 일상 언어로 풀어내며, 과학을 판단의 도구로 끌어오는 데 강점이 있다.
최재천의 아마존(@choemazon)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확장한 지식 채널이다. 콘텐츠는 강의나 설교보다 관찰 → 질문 → 진화적 해석 → 사회적 시사점의 흐름을 따른다. 인간을 특별한 존재로 띄우기보다, 수많은 생물 중 하나로 내려놓고 바라보며 현대 사회의 과속, 경쟁, 비효율을 되짚는다. 분석 관점에서 보면 아마존은 ‘정답을 주는 채널’이 아니라, 생각의 속도를 늦추고 판단 기준을 재정렬하게 만드는 채널에 가깝다. 빠른 결론보다 긴 호흡의 사고가 왜 필요한지를 꾸준히 설득하는 점이 이 채널의 핵심 가치다.
우리는 이미 조절 불가능한 자극 속에 들어와 있다
쇼츠와 릴스, 알고리즘 기반 SNS 자극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스크롤을 내리지 않으려 해도, 자극은 다음 영상으로 자동 연결된다. 문제는 이 자극이 감정이나 기분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짧고 강한 자극이 반복되는 환경에서 뇌는 스스로 멈출 여지를 잃는다.
이 지점에서 흔히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쇼츠가 뇌를 망친다는데, 그게 정말 사실인가?” 인지과학을 연구해 온 학자들조차 이 질문에는 조심스럽다. ‘망가진다’는 표현이 돌이킬 수 없는 구조적 손상을 의미한다면, 아직 그렇게 단정할 만한 연구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뇌는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방식의 자극을 처음으로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을 정리하지 못하는 뇌, 알고리즘이 만든 혼란
인간의 뇌는 모든 정보를 저장하지 않는다. 낮 동안 들어온 정보는 잠자는 동안 정리된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지워지고, 의미 있는 것만 장기 기억으로 옮겨진다. 이 과정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사고력과 판단력이 유지된다. 문제는 쇼츠 콘텐츠의 구조가 이 정리 메커니즘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비슷한 리듬, 유사한 주제, 반복되는 자극이 알고리즘을 통해 끊임없이 주입되면 뇌는 혼란에 빠진다. “버려도 되는 정보인지, 저장해야 할 정보인지”를 구분할 시간이 없다. 잠을 자고 일어나도 전날 본 영상의 잔상이 남는 경험은, 뇌가 정보를 제자리에 배치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는 기억력이 나빠진다기보다, 기억의 우선순위 체계가 흐트러지는 문제에 가깝다.
몰입과 중독의 차이, 우리는 ‘당하고’ 있다
중독과 몰입은 겉으로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몰입은 내가 원해서 파고드는 상태다. 반면 중독은 의지와 상관없이 끌려 들어가는 상태다. 쇼츠 소비는 후자에 가깝다. 사용자는 탐구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던지는 다음 자극에 반사적으로 반응한다.
여기에 도파민 문제가 겹친다. 도파민은 ‘이 정보는 중요하다’는 신호를 뇌에 남기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쇼츠는 짧고 강한 자극을 연속적으로 제공해 도파민을 찔끔찔끔 분비시킨다. 그 결과, 뇌는 무엇이 정말 중요한 정보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마치 식사 전에 간식을 계속 먹어 정작 본식을 하찮게 느끼는 것과 같다. 중요한 정보조차 가볍게 소비되고 흘려보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전두엽이 완성되기도 전에 자극에 노출되는 사회
전두엽은 사고 조절, 판단, 충동 억제를 담당하며 20대 중반이 돼서야 성숙한다. 성인도 통제하기 어려운 쇼츠 자극을, 아직 전두엽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이 무방비로 받아들이는 상황은 결코 정상적이라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조너선 하이트 같은 학자들이 청소년기 스마트폰 사용 제한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극단적인 차단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대안은 ‘통제 가능한 사용’이다. 이동 시간처럼 물리적 제한이 있는 구간에만 소비를 허용하는 식의 장치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해법이 아니라, 뇌에 공백을 돌려주는 일이다. 인간의 뇌는 쉬지 못할 때 가장 크게 흔들린다. 지금 필요한 메시지는 단순하다.
자극을 사랑하기 전에, 내 뇌부터 아껴야 할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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