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50년치 눈이 1년에 쏟아지는 곳, 아오모리 여행으로 보는 폭설 도시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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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소개

서재로36(@서재로36)은 책을 통해 세상을 천천히 읽어가는 채널이다. 한 권의 책을 단순히 요약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질문을 오늘의 현실로 끌어와 조용히 풀어낸다. 화면은 화려하지 않지만 차분한 설명과 정리된 언어 덕분에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마치 서재 한쪽에 앉아 함께 생각을 나누는 느낌을 준다.


콘텐츠는 경제, 사회, 역사, 인간 심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지만 중심에는 늘 ‘사유’가 있다. 책 속 문장을 현재의 삶과 연결하고 복잡한 이슈를 이해 가능한 언어로 정돈한다. 빠르게 소비되는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서재로36은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에 가깝다. 읽는 즐거움과 생각하는 시간을 동시에 건네는 채널이다.


세계 최다 적설 도시의 조건

일본 혼슈 최북단에 위치한 아오모리는 연평균 적설량 약 8m를 기록하는 세계적인 폭설 도시다. 통상 ‘눈 많은 도시’로 알려진 삿포로보다도 많은 눈이 내린다. 서울에서 수십 년간 누적될 적설량이 이곳에서는 단 1년 만에 쏟아진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폭설은 단순한 기후 현상이 아니라 도시의 전제 조건이다. 아오모리의 겨울은 이동, 건축, 교통, 예산 편성까지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눈은 풍경을 만들지만 동시에 도시 운영의 기준이 된다.


세 가지 지리적 요인이 만든 폭설 구조

아오모리에 눈이 집중되는 이유는 지리적 조건의 결합에 있다. 첫째, 시베리아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가 동해를 건너며 대량의 수증기를 흡수한다. 둘째, 이 공기가 무쓰만 지형에 갇히며 구름이 충돌·팽창한다. 셋째, 팽창한 눈구름이 하코다 산맥에 부딪히며 한꺼번에 폭설로 쏟아진다.


바람, 바다, 만, 산맥이 연쇄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다. 이 지형적 장치가 매년 겨울 반복되면서 아오모리는 세계 최다 적설 도시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눈과 공존하는 도시 인프라

폭설은 도시 인프라의 형태를 바꾼다. 아오모리의 신호등은 눈이 덜 쌓이도록 가로형이 아닌 세로형으로 설치된다. 인도 신호등의 챙도 짧게 설계된다. 소화전 위치는 눈에 묻히지 않도록 높은 기둥이나 깃발로 표시된다.


도심 주요 도로에는 따뜻한 지하수를 분사해 눈을 녹이는 설비가 일부 구간에 설치돼 있다. 지상 주차 대신 지하 공영 주차장이 활성화된 것도 눈에 파묻히는 차량 피해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다. 쓰레기 역시 눈에 묻히지 않도록 철제 수거함에 배출한다.


제설과 ‘배설’로 유지되는 도시 기능

아오모리는 매년 수백억 원 규모의 제설 예산을 편성한다. 제설은 단순히 도로 옆으로 밀어내는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덤프트럭에 실어 바닷가로 옮겨 버리는 ‘배설’ 작업이 병행된다.


눈을 치우지 않으면 도로와 철도는 즉시 마비된다. 선로에는 러셀차가 투입돼 눈을 밀어내고 공항에는 전담 제설팀이 상시 대기한다. 폭설은 일상적이지만, 동시에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한 자연 조건이다.


폭설이 만든 생활 환경과 풍경

도심 곳곳에는 사람 키를 넘는 눈 벽이 형성된다. 지붕 위에는 2~3m의 눈이 쌓이고 대형 고드름이 형성되기도 한다. 습기를 머금은 눈은 무게가 상당해 지붕 붕괴나 낙설 사고 위험도 존재한다.


겨울철 하루 평균 일조 시간이 1시간 30분 수준에 그친다는 점도 특징이다. 두꺼운 구름층이 햇빛을 가리면서 장기간 흐린 날씨가 이어진다. 이로 인해 비타민 D 부족, 겨울 우울감 증가 같은 문제도 보고된다.


눈 속에서도 유지되는 관광과 일상

하코다 산 일대는 ‘스노우 몬스터’로 불리는 거대한 눈 덮인 침엽림 풍경으로 유명하다. 케이블카를 통해 접근할 수 있으며 겨울철 대표 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다. 눈은 불편함이지만 동시에 지역의 상징 자산이기도 하다.


아오모리는 사과 산지로도 유명하다. 추운 기후는 당도 높은 사과 재배에 유리한 조건을 만든다. 폭설과 혹한 속에서도 도시의 경제와 일상은 유지된다.


살기에는 버겁고, 한 번쯤은 경험할 도시

아오모리는 눈과 싸우는 도시가 아니라 눈을 전제로 설계된 도시다. 교통, 건축, 예산, 생활 방식이 모두 폭설을 기준으로 조정돼 있다.


폭설은 거주자에게는 일상의 부담이지만 방문자에게는 압도적인 풍경과 체험이 된다. 세계에서 가장 눈이 많이 오는 도시라는 수식어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규정하는 환경 조건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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