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호랑이는 왜 사라졌고, 왜 '돌려놓기'가 더 어려운 질문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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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소개

EBS 지식은 단순 정보 전달 프로그램이 아니라, 전문가의 생각을 맥락 속에서 풀어내는 지식 인터뷰 플랫폼이다. 출연자는 과학자, 인문학자, 정책 연구자 등 각 분야의 연구자들이며, 한 주제를 두고 단편적 사실이 아니라 “왜 그런가”를 끝까지 파고드는 구조를 취한다. 질문은 날카롭지만 결론을 유도하지 않고, 출연자의 연구 배경과 현장 경험을 중심에 두어 전문성을 드러내는 방식이 특징이다.


콘텐츠는 자극적인 장면이나 과장된 연출 대신 개념 정리와 사례 설명에 집중한다. 한 편 안에서 논쟁 지점과 한계를 함께 다루며 시청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정보 소비형 채널이라기보다 사고 확장형 채널에 가깝다. 지식을 ‘정리해 주는’ 채널이 아니라 지식을 ‘이해하게 만드는’ 채널이라는 점이 EBS 지식의 정체성이다.


1924년의 사진 한 장이 남긴 공백

한반도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된 호랑이는 1924년 강원도 횡성에서 촬영된 기록으로 정리된다. 그 뒤로 “봤다”는 증언은 이어졌지만 사진과 표본이 없으면 자연사에서 ‘존재’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냉정한 규칙만 남는다.


그래서 멸종은 늘 뒤늦게 선언된다. 공식적인 멸종 선언이 1990년대 후반으로 늦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제기구조차 “없다”를 단정하는 순간의 책임을 부담스러워했고 결국 “다시 만날 확률이 거의 없다”라는 형태로 결론을 굳혀 갔다.


조선의 개발과 국가 사냥, 식민기의 ‘구제’가 만든 가속

호랑이 멸종의 시작을 일제강점기 하나로만 묶으면 원인이 축소된다. 조선 시기 인구 증가와 경작지 확대는 산으로 생활 반경을 밀어 올렸고 서식지 축소는 곧 갈등 증가로 이어졌다. 인간이 숲을 넓힌 만큼 호랑이가 민가 가까이 ‘등장’할 확률도 커졌다는 뜻이다.


국가는 갈등을 관리하는 대신 ‘제거’로 방향을 잡았다. 착호갑사 같은 조직이 등장하고 호피를 진상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며 사냥은 개인의 용맹이 아니라 시스템이 됐다. 여기에 모피와 뼈가 돈이 되는 시장 논리가 얹히면서 호랑이는 생태의 구성원이 아니라 고가의 자원으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1억 원의 유혹, 숫자가 생태를 무너뜨린 방식

1918년 기준으로 가죽 500원, 뼈 665원이라는 기록은 당시에도 “큰돈”이었고 현재 가치로 약 1억 원에 달했다는 해석이 붙는다. 이 가격표는 한 마리를 죽이는 행동을 ‘한 번의 거래’로 바꿔 버린다. 숲의 최상위 포식자가 ‘현금화 가능한 물건’이 되는 순간 보호는 도덕이 아니라 손해가 된다.


일제강점기의 ‘해수 구제’는 이 흐름을 더 거칠게 밀어붙였다. 해로운 짐승을 없앤다는 명분 아래 무분별한 사냥이 이어졌고 이미 줄어 있던 개체수는 회복의 발판을 잃었다. 멸종은 총성이 한 번 울릴 때가 아니라 총성이 “반복될 때” 일어난다는 교훈이 여기서 드러난다.


아무르 호랑이와 연결된 한반도, 그러나 복원은 숫자와 사회의 문제

최근 연구 흐름은 러시아 지역 호랑이와 한반도에 살던 호랑이가 유전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라는 결론을 강화한다. 이름은 시베리아 호랑이, 동북호, 백두산 호랑이로 갈라져도 실체는 같은 북방계 호랑이이며 아무르강 유역에 산다고 해서 ‘아무르 호랑이’로 부른다.


이 사실은 역설적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키우면서도 “돌려놓기”의 난도를 올린다. 평균 이동 300km, 최대 1,300km라면 지리적으로 한반도는 닫힌 섬이 아니다. 다만 복원은 지도 위 화살표로 끝나지 않는다. 최소 50마리 규모가 논의되는 이유는 생태계 역할과 유전적 다양성, 근친 문제를 동시에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등산객 밀도, 가축 피해, 인명 위험, 지역사회 수용성까지 더해지면 복원은 생물학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계약이 된다.


 ‘호랑이를 다시 보자’보다 먼저 풀어야 할 질문

복원 논쟁은 결국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우리가 원하는 호랑이”와 “호랑이가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같은가라는 질문이다. 한두 마리를 풀어 ‘상징’을 세우는 방식은 보기에는 멋질 수 있지만 생태적 기능과 안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어렵다.


그래서 보전의 현장은 교육과 신뢰 구축으로 돌아간다. 갈등 지역에서 안전 수칙을 가르치고 피해 절차를 안내하는 일이 연구자의 업무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랑이를 지키는 일은 망원경만 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두려움과 손해를 설득하는 일까지 포함한다.


동물원, 연구, 정책이 연결될 때 생존 확률이 올라간다

동물원은 과거의 ‘쇼’ 이미지를 벗고 서식지 외 보전 기관으로 기능이 이동하는 중이다. 개체 관리와 번식 계획을 유전적 다양성 기준으로 통제하고 무작정 늘리지 않으며 오히려 ‘함부로 번식하지 않는’ 방식으로 멸종 위험을 낮추려 한다.


결국 목표는 “한반도에 다시 데려오는가”가 아니라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가”로 정리된다. 호랑이가 돌아올지의 문제는 감정의 속도가 아니라 생태의 숫자와 사회의 합의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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