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다이소 제치고 외국인 관광객 성지 된 아트박스, '역대급' 실적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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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프라인 잡화 시장에서 가장 '핫'한 이름을 꼽으라면 단연 아트박스다. 한때 '조금 비싼 문방구'로 여겨지며 온라인 쇼핑과 다이소 같은 대형 유통 채널의 공세에 밀리는 듯했던 이 브랜드가, 최근 역대 최대 매출(2,479억 원)을 기록하며 이례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1,849억 원 대비 2년 만에 약 30%가 넘는 고속 성장이다.
특히 Z세대와 해외 관광객 사이에서 'K-컬처 필수 방문 코스'로 불리며, 침체된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새로운 활로를 제시하고 있다. 이 놀라운 부활의 배경에는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을 넘어 고객에게 '발견의 재미'와 '체험의 가치'를 제공하는 새로운 경영 전략이 숨어 있다.
팬데믹이 강제한 혁신 : 자체 브랜드 고집을 버리다
1984년 설립된 아트박스는 디자인 문구 시장의 선구자로, 초기부터 자체 브랜드(PB, Private Brand) 상품 비중이 70% 이상일 정도로 자체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생산 및 수출입이 막히자 PB 상품 위주의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전례 없는 적자를 경험했다. 이는 침체된 문구 업계 전반의 상황과 맞물려 위기를 심화시켰다.
생존을 위해 아트박스는 불가피하게 외부 소싱(Sourcing) 비중을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아이돌 앨범, 애니메이션 카드, 간식, 피규어 등 기존 상품군과 거리가 먼 다품종 잡화들이 매대를 채우기 시작했다. 이는 생존을 위한 임시방편이었으나, 역설적으로 '우발적 혁신'의 계기가 되며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
'발견의 경제' 전략 : Z세대의 빠른 유행에 응답
의도치 않게 품목이 다양해지자 아트박스는 새로운 시장 포지션을 확보했다. PB 상품은 기획부터 출시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유행이 끝물일 때 상품이 나오기 쉬웠지만, 외부 IP(지적재산권) 상품은 기획 시간을 절약해 유행의 시기를 실시간으로 맞출 수 있었다.
이러한 즉각적인 트렌드 반영은 유행에 민감한 Z세대와 맞물려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고객들은 아트박스를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상품을 '발견'하는 재미, 즉 '보물찾기'와 같은 경험을 하게 됐다. 아트박스는 '발견의 재미'가 곧 고객의 매장 체류 시간 증가와 소비력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간파하고, 체험형 부스 등을 마련해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전략을 본격화했다.
[ 아트박스 성공 전략 요약 ]
- 트렌드 즉각 반영 : 외부 IP 활용으로 Z세대 유행에 신속 대응.
- 체험형 공간 제공 : 구경과 발견을 통한 매장 체류 시간 극대화.
- PB와 IP의 균형 : 위기 이후 PB 캐릭터 '계획이'를 다시 육성하며, 자체 경쟁력과 외부 트렌드 흡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확보.
진화하는 공간 전략 : 진열에서 '체험'으로
최근 아트박스의 성장은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근본적인 재해석을 동반한다. 과거 '평수가 작아도 점포 수를 확대'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대형 쇼핑몰 위주로 한 매장을 열어 체험 요소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2023년 190개였던 매장 수는 2024년 213개로 증가했는데, 이는 양적 확대와 더불어 질적 성장을 추구한 결과다. 이는 매장을 단순한 '상품 진열 공간'이 아닌, 고객이 시간을 보내며 즐기는 '놀이 공간'으로 설계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아트박스는 K-컬처 관련 상품과 한국의 최신 유행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가 되고 있다. 현재 아트박스는 캐나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16개국에 진출하며 글로벌 디자인 잡화 브랜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전망
아트박스의 성공은 오프라인 유통의 미래가 '경험' 경쟁력에 있음을 증명한다. 온라인 시대에 소비자가 물리적인 공간을 찾는 이유는 오직 그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경험' 때문이다. 아트박스는 우발적으로 얻은 IP 다각화 전략(다양성)과 의도적으로 강화한 체류형 매장 전략(경험)을 결합하여 이 가치를 극대화했다.
공격적인 대형 매장 전략과 트렌드에 민감한 상품 큐레이션이 유지된다면, 아트박스는 K-컬처 인기에 힘입어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거점으로 기능하며 향후 3년 내 디자인 잡화 시장에서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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