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우영미홈페이지)

파리·도쿄에 이어 서울… 브랜드 세계관의 ‘세 번째 챕터’

‘우영미 이태원’은 파리와 도쿄 플래그십에 이어 공개된 세 번째이자, 한국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다.

디자이너 우영미는 그동안 맨메이드 도산 등 타 브랜드와 함께 쓰는 공간에 머물렀지만, 이번에는 서울의 지형과 도시 맥락 위에 브랜드 세계관을 온전히 투영할 수 있는 독립 건축물을 선택했다. 이태원은 동서양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으로, 국경과 장르의 경계를 오가는 우영미의 정체성과도 맞닿은 장소로 해석된다. 

콘크리트·유리블록·미네랄 페인팅이 만든 절제된 파사드

건축 설계는 스위스 건축사무소 스토커 리 아키테티(Stocker Lee Architetti)가 맡았다.

외관은 노출 콘크리트와 유리블록을 조합해 밀도 높은 질감과 투명한 개방감을 동시에 구현했다. 여기에 시간과 빛의 변화에 따라 색과 질감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미네랄 페인팅을 적용해,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른 표정을 드러내는 ‘살아 있는 파사드’를 완성했다.

높은 층고와 유리블록을 통과한 자연광, 공간을 타고 울리는 소리는 조용하지만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만들며, 브랜드가 지향해온 절제된 미학을 건축 언어로 번역한다. 

1층 남성복에서 3층 여성 컬렉션까지, 패션이 중심이 되는 층

입구를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콘크리트 사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브랜드 로고가 방문객을 맞는다.

1층에는 남성복 컬렉션과 함께, 안도현 작가가 이끄는 안도 프로젝트(ANDO PROJEKT)와 협업한 메탈릭 오브제·피팅룸, 아티스트 최동욱과 함께 제작한 가구 컬렉션이 배치돼 라운지 형식의 공간을 이룬다. 디자이너가 특히 애정을 드러낸 이 공간은 패션과 예술 오브제가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설계됐다.

2·3층은 여성복과 파리 컬렉션 주요 룩을 전시형으로 구성한 층이다. 유리블록 벽면과 깊은 레드 커튼이 강한 대비를 이루고, 높은 층고에서 내려오는 여백이 마네킹과 의상의 실루엣을 또렷하게 부각시키며, 컬렉션이 공간의 주인공이 되도록 돕는다. 

카페·루프탑·레스토랑으로 확장된 ‘우영미 유니버스’

4층에는 브랜드 세계관을 미각·청각으로 확장한 카페 드 우영미(Café de Wooyoungmi)가 자리한다. 의복에서 출발한 미학을 음료와 디저트로 풀어내는 실험적 공간으로, 주기적으로 DJ 세션이 열리며 음악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될 예정이다. 옥상에는 조경 디자이너 우현미·우경미 소장이 이끄는 디자인알레(designallee)가 설계한 루프탑 정원이 조성됐다.

회색 건물 위로 마운딩된 지형과 바람에 흔들리는 그라스가 배치돼, 도심 한가운데서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조용한 도시 정원을 연출한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지하층에는 미슐랭 셰프 알랭 듀카스(Alain Ducasse)와 협업한 레스토랑이 연말 오픈을 앞두고 있어, 패션에서 카페와 미식으로 이어지는 경험의 서사가 완성될 전망이다. 

스킵 플로어 구조로 잇는 ‘수직의 감성’

건물 내부는 층과 층이 반 층씩 엇갈려 이어지는 스킵 플로어(skip floor) 구조를 채택했다. 평면은 기능을 담당하고 수직 구조는 감성을 담당한다는 설계 철학에 따라, 계단을 오를 때마다 새로운 장면이 펼쳐지도록 동선이 짜여 있다.

이를 통해 외부와 내부, 건축과 사람, 자연광과 재료의 질감이 순차적으로 드러나며, 방문객은 단순한 쇼핑을 넘어 하나의 ‘우영미 유니버스’를 수직으로 탐험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전망

‘우영미 이태원’은 단순한 패션 매장을 넘어, 브랜드가 30여 년간 쌓아온 미학과 세계관을 도시 한복판에 건축적으로 구현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파리·도쿄·서울로 이어지는 플래그십 네트워크는 글로벌 K-패션 하우스로 성장한 우영미의 현재 위치를 상징하며, 카페와 루프탑, 레스토랑까지 이어지는 경험 설계는 향후 다른 패션 브랜드의 플래그십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이 가진 다층적 문화성과 맞물려, ‘우영미 이태원’은 서울을 찾는 패션·건축·라이프스타일 팬들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