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하버드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정신과 치료 패러다임의 이동
본문
인물소개
'다이어트 과학자 최겸(@GyumChoi)'은 체중 감량을 미용이나 의지의 문제로 다루는 기존 담론에서 벗어나, 대사·호르몬·생활환경을 함께 해석하는 접근을 대중화해 온 인물이다. 그는 칼로리 계산이나 식단 처방 이전에, 무엇을 더할지보다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를 먼저 정리하는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초가공식품, 혈당 스파이크,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처럼 현대인의 일상에 구조적으로 깔린 문제를 다이어트의 핵심 변수로 제시하며, ‘다이어트는 생활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과정’이라는 관점을 꾸준히 전달해 왔다.
유튜브 채널과 저서를 통해 최겸은 다이어트를 넘어 대사 건강을 기반으로 한 정신 건강, 에너지 관리, 삶의 리듬 회복까지 논의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신과, 신경과 영역에서 대두되는 대사 중심 치료 흐름과 맞닿으며, 약물 이전에 생활 습관과 환경을 점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의 콘텐츠는 특정 식단이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개인이 스스로 몸의 반응을 관찰하고 조정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건강 담론을 소비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신과 치료의 질문이 바뀌고 있다
정신과 치료는 오랫동안 세로토닌,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중심으로 설명돼 왔다. 우울증, 조현병, 불안장애 등 주요 정신질환은 약물 조절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는 방식이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정신의학계 내부에서 이 전통적인 설명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소속 정신과 의사이자 하버드 의과대학 조교수 캐롤은 한 인터뷰에서 “정신질환을 신경전달물질 문제로만 설명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과 치료의 새로운 축으로 ‘대사 건강’을 제시하며, 약물 중심 접근의 한계를 임상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은 병명이 아니라 '증상 묶음'이라는 관점
캐롤은 정신증(사이코시스)을 예로 들며 정신과 질환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재정의한다. 정신증은 특정 병명이 아니라 현실 인식이 왜곡되는 하나의 증상이며, 트라우마, 물질 중독, 조현병, 의학적 질환 등 다양한 원인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현병 역시 단일 사건이 아니라 인지 저하, 사회적 위축, 기능 저하 같은 전조 증상 이후 정신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과를 보이는 질환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정신질환의 원인을 유전, 환경, 스트레스, 삶의 경험이 중첩된 결과로 보며, 하나의 요인으로 단정하는 접근은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인식은 정신질환을 ‘개인의 의지 문제’나 ‘성격 문제’로 보는 사회적 편견과도 연결된다. 캐롤은 정신과 질환이 여전히 음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언급하며, 공개적인 이해와 논의가 치료 환경 개선의 전제라고 강조했다.
약물 치료의 효과와 동시에 드러난 대사적 대가
인터뷰에서 가장 무게감 있게 다뤄진 부분은 약물 치료의 한계다. 캐롤은 조현병과 정신증 치료에 사용되는 항정신병 약물이 증상 완화에는 효과적이지만, 체중 증가, 고지혈증, 당뇨 등 심각한 대사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부작용을 관리하기 위해 다시 다른 약물이 추가되는 구조다. 항정신병 약물로 인해 체중이 증가하면 당뇨약이나 비만 치료제가 함께 처방되고, 결과적으로 환자는 여러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게 된다. 그는 이 과정에서 증상은 안정되지만, 삶의 활력과 자립 능력은 회복되지 않는 사례를 반복적으로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은 신경과, 정신과 의료진 사이에서 “약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키우고 있다. 캐롤은 특히 약물 부작용의 정확한 대사 기전이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짚으며, 기존 치료 모델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대사 정신의학'과 식단 중심 접근의 부상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 ‘대사 정신의학(metabolic psychiatry)’이다. 정신질환을 뇌의 에너지 생성, 미토콘드리아 기능, 인슐린 저항성 같은 대사 시스템의 문제로 재해석하는 접근이다.
캐롤은 미국에서 키토제닉 다이어트와 같은 식이요법이 정신과 영역에서 연구되고 있다고 전했다. 키토제닉 식단은 이미 간질 치료에서 의학적 식이요법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조현병,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서도 뇌 에너지 대사 개선 효과가 있는지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는 이러한 접근이 기존 약물 치료를 대체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약물 중심 치료에서 벗어나 식단, 수면, 운동, 장 건강,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방향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약을 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치료의 방향을 넓히자는 제안
캐롤은 인터뷰 말미에서 “약을 쓰지 말자는 주장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자살 충동이나 중증 증상이 있는 경우 약물 치료는 필수적이며, 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약을 ‘종착지’가 아니라 ‘출발점’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다. 약물로 증상을 안정시킨 뒤, 식단 조절과 운동, 수면 회복, 환경 개선을 통해 약물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엑시트 플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그는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치료 목표와 기간을 논의하는 ‘공동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신과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약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약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을 확장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다.
- 이전글 갑자기 쓰러진 김수용, 정상 수치가 혈관을 지켜주지 않는 이유 26.01.27
- 다음글 신장 기능 떨어지면 아보카도 주의… 칼륨·약물 상호작용이 변수 26.01.23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