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70% 잘려도 다시 자라는 간… 간 재생 능력의 비밀, 간경화 환자는 왜 회복이 어려울까?

잘려 나간 부위가 자라는 것이 아닌, 남은 세포의 폭발적 복제를 통한 비대화

우리 몸의 수많은 장기 중 유일하게 재생 능력을 갖춘 곳, 바로 간이다. 전체의 70%를 절제해도 6개월여 만에 원래의 크기를 회복하는 이 경이로운 능력 덕분에 현대 의학에서는 생체 간 이식 수술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과학 지식 전문 유튜브 채널 '은근한...

기자: 김진환

우리 몸의 수많은 장기 중 유일하게 재생 능력을 갖춘 곳, 바로 간이다. 전체의 70%를 절제해도 6개월여 만에 원래의 크기를 회복하는 이 경이로운 능력 덕분에 현대 의학에서는 생체 간 이식 수술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최근 과학 지식 전문 유튜브 채널 '은근한 잡다한 지식'이 간 재생의 생물학적 원리를 조명해 화제를 모은 가운데, 본지는 전문의 인터뷰와 최신 의학 논문을 종합해 간 재생의 명확한 한계점과 미래 의학이 나아갈 방향을 심층 취재했다.

잘린 곳이 자라지 않는다? 남은 부위가 커지는 '대체 재생'

흔히 간의 우엽을 떼어내면 그 빈자리에 다시 새로운 우엽이 자라날 것이라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간의 재생은 도마뱀 꼬리처럼 절제된 부위가 본래 모양대로 복구되는 방식이 아니다.평소 휴지기에 머물던 남은 간세포들이 절제 등의 손상을 감지하면 '간세포 성장 인자(HGF)'를 분비하며 폭발적으로 세포 분열을 시작한다. 즉, 남은 부위의 세포가 스스로를 복제해 덩치를 키움으로써 원래 간의 전체 부피를 맞추는 '비대화'에 가깝다.국내 한 대학병원 간담췌외과 전문의는 "재생이 끝난 간은 원래의 간과 비교해 모양과 위치가 미세하게 달라지지만, 좌엽과 우엽의 생물학적 기능 차이가 없어 비대해진 부위만으로도 체내 역할을 100%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부위별로 기능이 세분된 심장이나 대장 등에서는 불가능한 진화의 산물이다.

무한 재생? 간경변증 등 특정 질환에선 재생 불가

간이 독보적인 재생 능력을 진화시킨 것은 체내 독성 물질의 최전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하지만 의학계는 간의 재생 능력을 무한한 것으로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재생 능력에도 분명한 조건과 한계가 존재한다. 비만으로 인한 중증 지방간, 만성 B형·C형 간염, 과도한 음주가 지속되면 간 조직에 염증과 흉터가 쌓이는 섬유화가 진행된다. 이로 인해 간이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간경변증(간경화)' 단계에 이르면, 재생을 담당하는 기전마저 파괴되어 재생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다.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은 "만성 질환으로 굳어버린 간은 스스로 회복하지 못하며, 결국 간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예방 백신 접종과 철저한 대사 관리를 당부했다.

인공 장기와 줄기세포, 간 이식의 한계 넘을 최신 의학 동향

현재 재생 불가능한 간 질환의 최후 보루는 간 이식이지만, 의료 현장의 현실적인 장벽은 매우 높다. 국내 뇌사자 장기 기증이 턱없이 부족해 생체 간 이식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가족의 희생을 강요하는 생체 이식 비율을 낮추기 위해, 뇌사자 장기 기증을 독려하는 법적·제도적 인센티브와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이러한 장기 부족 및 거부 반응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학계는 '대체 장기' 연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환자의 체세포를 역분화시킨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간세포를 배양하거나,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실제 간과 유사한 미니 장기인 '간 오가노이드(Organoid)'를 제작하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인체의 독성을 묵묵히 정화하는 장기, 간. 경이로운 재생 능력 이면에는 손상 누적에 따른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재생의 기적에만 기대기보다는 일상에서의 예방적 관리와 장기 기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그리고 한계를 극복할 첨단 바이오 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