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네옴시티 결국 대폭 축소… 더 라인 170km 구상 흔들, 삼성·현대 계약도 해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국가 현대화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의 핵심으로 추진해 온 초대형 신도시 '네옴(NEOM)' 프로젝트가 대대적인 계획 축소와 수정 국면에 들어섰다. 공학적 비현실성과 재정적 부담, 글로벌 투자 유치 부진이 겹치면서 핵심 도...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국가 현대화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의 핵심으로 추진해 온 초대형 신도시 '네옴(NEOM)' 프로젝트가 대대적인 계획 축소와 수정 국면에 들어섰다. 공학적 비현실성과 재정적 부담, 글로벌 투자 유치 부진이 겹치면서 핵심 도시 건설 목표가 대폭 하향 조정됐고, 이에 참여하던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공사 계약 해지도 잇따르고 있다.

'더 라인' 2.4km로 축소… 트로제나 동계아시안게임 개최권 반납

네옴 프로젝트의 상징인 선형(線形) 신도시 '더 라인(The Line)'은 초기 구상에서 크게 후퇴했다. 당초 사우디 정부는 높이 500m의 거울형 외벽 건물 두 동을 170km에 걸쳐 직선으로 구축하고, 2030년까지 16km 구간 완공 및 150만 명 입주, 2045년까지 900만 명을 수용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현장 공정 지연과 막대한 비용 부담으로 인해 2030년 완공 목표 구간은 기존 16km에서 약 2.4km로 축소되었으며, 목표 수용 인구 역시 30만 명 안팎으로 크게 낮아졌다.산악 관광 단지이자 인공 호수·인공 눈 스키장으로 기획된 '트로제나(Trojena)' 역시 차질을 빚고 있다. 당초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지로 선정되었으나, 공사 진척도가 대회 일정에 크게 미치지 못하자 결국 대회 일정을 연기한 끝에 개최권을 반납하기에 이르렀다.초호화 요트 관광지로 조성된 '신달라(Sindalah)' 섬은 유력 인사와 투자자를 초청해 개장 행사를 열었으나, 기상 및 파도 영향에 따른 접안 난항과 미완성 논란 속에 정식 개장이 장기간 지연되며 운영 주체가 기존 네옴 사업단에서 별도의 관광개발 전문 공기업으로 이관됐다.

삼성물산·현대건설 터널 공사 계약 해지, 국내 협력사도 여파

사업 계획이 급변함에 따라 현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국내 건설사들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더 라인' 지하에 고속철도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발주된 지하 터널 굴착 공사(러닝 터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수주해 시공 중이었으나, 발주처인 네옴 컴퍼니의 사업 조정 통보로 계약이 공식 해지됐다.공사 현장에 콘크리트를 전담 공급하기 위해 현지에 배치 플랜트(레미콘 생산 공장)를 세웠던 성신양회 역시 공급 계약이 해지되면서 공장 가동을 멈추고 현장 파견 인력 일부를 철수시켰다. 발주처 규정에 따라 기존 기시공분에 대한 정산은 집행될 예정이나, 대규모 후속 공정 수주를 기대했던 건설업계 전반의 기대감은 급격히 위축됐다.

비효율적 설계와 '오일머니'의 재정적 한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 축소가 예견된 결과였다고 지적한다.▪️공학적·도시계획적 비효율 : 170km에 달하는 선형 도시는 총면적이 34㎢(서울 서초구 면적 미만)에 불과하다. 이를 일반적인 방사형·원형 도시(지름 약 6.6km)로 조성했을 때보다 이동 거리가 극단적으로 늘어나 교통망 효율이 크게 저하된다. 500m 높이의 거대 외벽 구조물로 인한 하층부 일조권 차단, 수직 이동(엘리베이터 대기) 병목, 비상 재난 시 대피 경로 한계 등 안전 및 환경적 결함도 꾸준히 지적됐다.▪️민간 투자 유치 및 수익성(ROI) 부족 :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재정력이 막강하더라도, 추정 사업비만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도시 전체를 국비만으로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 막대한 기초 공사비와 불투명한 상업적 수익성으로 인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수직적 권력 구조와 보고 왜곡, 실리적 AI·데이터센터 재편

조직 내부의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도 사업 부실을 키운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무함마드 왕세자 집권 이후 반대파 숙청으로 견제 기구가 약화되면서 내부 비판이 차단되었고, 공사비 급증 및 수익성 악화 보고가 상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채 예상 매출을 부풀리는 형태의 허위·왜곡 보고가 만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의 실질적 조언이 묵살되는 관료주의적 풍토가 현실 검증을 지연시켰다는 분석이다.사우디 정부는 유가 변동성에 취약한 경제 구조를 다각화하고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전 2030'을 지속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천문학적 비용이 소모되는 대형 토목 사업 대신 실질적 수익 창출이 가능한 인공지능(AI) 인프라 및 데이터센터 유치, 현실적인 물류·산업 단지 중심으로 전략적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