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에디터 - 여행가방에 접어 넣는 한옥, 서도호의 30년을 12분에 담다
왜 '이정우 에디터'인가? 작품 대신 작가의 사유를 좇는 채널 이정우 에디터는 2017년 6월 개설된 미술 해설 채널이다. 채널 소개에는 예술적 영감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현재 구독자는 4만900명, 누적 조회수는 181만 회이며 공개된 영상은 11...
기자: 차동민왜 '이정우 에디터'인가? 작품 대신 작가의 사유를 좇는 채널
이정우 에디터는 2017년 6월 개설된 미술 해설 채널이다. 채널 소개에는 예술적 영감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현재 구독자는 4만900명, 누적 조회수는 181만 회이며 공개된 영상은 119편이다. 작품의 겉모습을 훑기보다 작가의 성장 배경과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며 맥락을 짚는 구성이 특징이다.
한 작가의 30년을 만든 어린 시절의 기억
옥색 비단으로 지은 실물 크기 한옥이 접혀 여행가방 하나에 들어간다. 미술 해설 채널 이정우 에디터가 8일 공개한 '군번줄 옷에서 비단 한옥까지, 서도호의 작품 세계'는 이 장면에서 출발해 작가의 30년 작업을 12분 51초 안에 정리한다.공개 하루 만에 조회수 5천300여 회, 좋아요 71개를 기록했고, 댓글에는 현재 열리고 있는 전시 관람기와 예매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집을 걷는다… 성북동 한옥에서 배운 감각
영상이 작업의 뿌리로 지목한 곳은 서울 성북동의 한옥이다. 1970년대 초 아파트가 선망의 대상이던 시기에 부모인 화가 서세옥과 정민자는 창덕궁 후원 연경당 사랑채를 본뜬 집을 짓기로 했고, 조선의 마지막 대목장으로 불린 배희한이 헐린 건물에서 회수한 목재로 6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설명한다.어린 작가는 그 전 과정을 지켜봤다. 못을 거의 쓰지 않고 짜 맞춘 한옥은 해체해 다른 곳에 다시 세울 수 있는데, 목수들은 이를 집을 걷는다고 표현했다. 집이 땅에 고정된 뿌리이자 짊어지고 옮길 수 있는 짐이기도 하다는 감각이 여기서 형성됐다는 것이 영상의 해석이다.
군번줄 3천 개의 갑옷, 지워지는 개인
첫 번째 작업 계열은 개인과 집단의 관계다. 대표작 '메탈 재킷'은 미국 야전상의 안감에 약 3천 개의 군번줄을 매단 작품으로, 멀리서는 한 사람의 갑옷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수많은 개인의 흔적이 드러난다.군번줄에 새겨진 것은 실제 이름이 아니라 의미 없는 문자와 숫자다. 유치원 원복부터 교련복과 군복까지 열 벌의 제복을 늘어놓은 '유니폼들', 영웅의 동상 대신 기단을 떠받치는 익명의 다수를 드러낸 '공인들'도 같은 계열로 소개된다. 영상은 이를 기념비를 철거하는 대신 그 의미를 뒤집은 작업으로 읽었다.
방의 치수를 뜨다… 이주자가 택한 제3의 방법
두 번째 계열은 이주 경험에서 나온다. 1991년 미국으로 건너간 작가는 천장 높이와 문 크기, 손잡이 위치까지 다른 공간에 혼란을 느꼈고, 방의 높이와 창틀 두께를 반복해 재기 시작했다. 1994년 자신이 살던 방의 치수를 얇은 천으로 떠낸 '516호'가 첫 천 집이었고, 1999년에는 성북동 한옥을 옥색 비단으로 재현해 로스앤젤레스에서 선보였다.전시가 끝나면 접어 가방에 넣고 다음 도시에서 다시 펼치는 방식이다. 고향을 그리워하거나 돌아가는 대신 집 자체를 걷어 가지고 다니는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32톤짜리 집이 옥상에 비스듬히 박힌 2012년작 '별똥별'처럼, 이주민의 존재가 기존 주민에게 주는 불안까지 함께 다뤘다는 점도 짚는다.
문지르기와 사랑, 마침내 찾은 완벽한 집
후반부는 촉각으로 집을 기록하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벽과 문, 기둥에 한지를 밀착시키고 흑연으로 문질러 나뭇결을 떠낸 '러빙 서울집'은 문지르기를 뜻하는 rubbing과 사랑을 뜻하는 loving을 겹친 제목이다. 작업 도중인 2020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2022년 완성된 작품을 작가는 아버지의 초상이자 자신의 자화상이라 불렀다고 전한다. 신작 '사랑의 기억'에서는 오래된 코트 안감에 아버지와 두 딸의 옷에서 떼어낸 주머니를 달았다.에디터는 마무리에서 완벽한 집이 지도 위 특정 장소가 아니라 함께 살아온 관계 전체일 수 있다고 해석하며, 시청자에게 각자의 완벽한 집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집을 짐이자 옷이자 관계로 확장해 온 한 작가의 궤적은, 이동이 일상이 된 시대에 정착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