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정말 ‘알고’ 드시나요? 현직 돼지농장 대표가 밝힌 5가지 놀라운 진실 [자디스]
(다세해뉴스=이상엽 기자)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한국인에게 이보다 더 친숙한 조합이 있을까요? 우리는 매일같이 돼지고기를 즐기지만, 정작 이 고기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시스템을 통해 우리 식탁에 오르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저 냄새나고 비위생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이 전부일지도 모릅니다.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상상하는 돼지농장의 모습이 180도 다르다면 어떨까요? 최첨단 정화 기술과 데이터 기반의 생산 시스템이 결합된, 마치 하나의 거대한 ‘공장’이자 ‘연구소’처럼 운영되는 현대 돼지농장의 세계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평범한 농장주가 아닌, 축산학을 전공하고 서울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전문가가 직접 들려주는 생생한 현장의 기록입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이면을 들여다볼 준비가 되셨나요? 1. 한국 농업 생산액 1위는 '쌀'이 아니다?대부분의 한국인은 농업의 상징이자 중심을 '쌀'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통념은 이미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2022년부터 대한민국 농림 생산액 1위의 자리는 '돼지'가 차지했습니다.돼지고기 산업의 생산액은 약 9조 2천억 원에 달하며, 명실상부한 한국 농업의 제1 품목으로 올라섰습니다. 이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돼지고기를 많이 소비하고 사랑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주식인 쌀보다 더 큰 경제 규모를 가졌다는 것은, 돼지고기가 우리 식생활과 문화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셈입니다.2. 냄새 없는 돼지농장? 오줌을 맥주색 식수로 바꾸는 '정화 기술'돼지농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부정적 이미지는 단연 '냄새'입니다. 하지만 현대식 농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상 이상의 기술을 동원합니다.우선 농장 주변에는 '안개분무' 시설이 24시간 가동됩니다. 이는 단순히 습도를 조절하는 장치가 아닙니다. 돼지 냄새는 공기 중의 미세 먼지를 타고 퍼져나가는데, 안개분무가 이 먼지들을 가라앉혀 냄새의 확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과학적 원리입니다.핵심은 분뇨 처리 시스템에 있습니다. 하루에 무려 15톤씩 쏟아져 나오는 분뇨는 고도의 '활성오니 처리 시스템'을 거칩니다.1. 기계적으로 분과 요(오줌)를 분리한 뒤, 까만 오줌은 거대한 지하 탱크로 옮겨집니다.2. 무산소조에서 미생물이 악취의 주원인인 질소를 분해하는 ‘탈질 반응’을 일으킵니다.3. 이후 여러 단계의 질산화조에서 다른 미생물들이 유기물을 분해하며 물을 정화합니다. 여기까지 거치면 물은 탁한 맥주색을 띠게 됩니다.4. 마지막으로 우리가 쓰는 정수기에도 사용되는 중공사막 필터를 통과시켜 미세한 불순물까지 완벽하게 걸러냅니다.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면 까맣던 돼지 오줌은 놀랍게도 투명하고 깨끗한 물로 변합니다. 이렇게 정화된 물은 다시 돈사 내 청소 용수 등으로 재사용됩니다. 현대식 돼지농장은 단순한 사육 시설을 넘어, 폐수를 귀중한 자원으로 바꾸는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정화 플랜트'에 가깝습니다.3. 돼지는 '마리'가 아닌 '주(週)' 단위로 관리된다과거에는 농장의 규모를 이야기할 때 ‘모돈(어미돼지) 300두 농장이니 전체 돼지는 대략 3,000마리(300 × 10)’라는 식으로 어림잡아 계산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현대 돼지농장의 생산성을 파악하는 기준은 얼마나 체계적으로 '주간 관리'가 이루어지는가에 있습니다.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이제는 모돈 한 마리당 12~15배수를 곱해야 할 정도입니다.핵심은 '주간 분만'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모돈 300두 규모의 농장에서는 매주 정확히 14마리의 어미돼지가 새끼를 낳도록 사이클을 관리합니다. 어미 한 마리가 평균 11마리의 새끼를 낳는다고 가정하면, 매주 약 154마리(14마리 × 11두)의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셈입니다.이러한 정교한 주간 계획에 따라 교배, 분만, 사육, 출하의 모든 과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갑니다. 그 결과, 일주일에 2~3차례에 걸쳐 약 200마리의 돼지가 꾸준히 시장으로 출하됩니다. 살아있는 생명을 다루지만, 그 운영 방식은 오차를 최소화하는 거대한 '생산 공장'과 같습니다. 4.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돼지고기의 비밀그렇다면 농장주가 직접 밝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돼지고기'는 무엇일까요? 특별한 품종? 값비싼 사료? 놀랍게도 답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바로 '안 아픈 돼지'입니다.농장주에 따르면, 돼지는 사람보다 병치레가 훨씬 잦고 국내에는 돼지의 성장을 저해하는 소모성 질병이 만연해 있어,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자란 돼지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합니다. 질병으로 고생하지 않고 스트레스 없이 자란 돼지야말로 최고의 육질과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의 철학은 다음의 한마디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안 아픈 돼지가 제일 맛있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주변에 돼지 잘 키우시는 분 있으면 어디에 납품하는지 물어보고 그 돼지 먹으면 제일 맛있습니다. 5. '돼지가 사람을 해친다'는 도시괴담의 진실'돼지우리에 혼자 들어가면 위험하다', '쓰러진 사람을 돼지가 잡아먹는다'는 식의 괴담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돼지가 사람을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돼지에게는 코로 땅이나 사물을 파헤치는 '굴토성'이라는 강력한 본능이 있으며, 호기심이 매우 왕성합니다. 만약 돈사 안에서 사람이 갑자기 쓰러지면, 호기심이 발동한 돼지들이 몰려와 쓰러진 사람을 코로 파헤치고 씹어볼 수 있습니다. 농장주에 따르면 죽은 돼지 사체가 돈사에 방치될 경우, 다른 돼지들이 궁금해서 계속 헤집다가 결국 사체를 ‘찢어 발기는’ 일까지 벌어진다고 합니다.이러한 습성 때문에 사람에게도 의도치 않은 심각한 상해를 입힐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간질 등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 있는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절대 혼자 돈사에서 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엄중한 경고입니다. 이는 돼지의 공격성이 아닌, 통제 불가능한 호기심과 본능이 초래할 수 있는 끔찍한 위험 때문입니다. (결론)농업 생산액 1위의 위상, 오줌을 깨끗한 물로 정화해 재사용하는 기술, 주 단위로 관리되는 정교한 생산 시스템, 가장 맛있는 고기의 단순한 비밀, 그리고 도시괴담의 진실까지. 우리가 살펴본 5가지 사실은 현대 돼지농장이 우리가 막연히 상상하던 모습과 얼마나 다른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식품의 이면에는 이처럼 우리가 몰랐던 과학과 기술, 그리고 사람들의 노력이 숨어있습니다. 오늘 저녁 식탁에 오를 돼지고기를 보며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우리는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2025.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