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학벌의 시대는 끝났다… 에이전틱 AI의 습격,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무기는 '고유성'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김혜연 안무가가 진단한 AI 시대의 생존법… 단순 생성 넘어 스스로 실행하는 '에이전틱 AI' 상용화 눈앞, 대체되는 인력 아닌 AI 부리는 주체 돼야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식을 빠르게 흡수하며 일자리의 지형도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최근 유튜브 채널 '교보문고 보라'가 공개한 대담 영상에서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와 김혜연 안무가는 다가올 AI 시대의 냉혹한 현실과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가...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식을 빠르게 흡수하며 일자리의 지형도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최근 유튜브 채널 '교보문고 보라'가 공개한 대담 영상에서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와 김혜연 안무가는 다가올 AI 시대의 냉혹한 현실과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에 대해 심도 있는 진단을 내놓았다.
생성형 AI에서 에이전틱 AI로 전환, 생산성 격차 2년의 시대가 온다
2023년 챗GPT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AI는 인간이 대답하는 데 30초가량 걸리는 단순 질의응답을 대신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면서 현재의 AI는 인간이 약 6시간 동안 처리해야 할 업무량을 대체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더 큰 문제는 이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다. 현재 AI를 도입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생산성 차이는 밤샘 근무로 만회할 수 있는 6시간 수준이지만, 올해 연말이면 일주일로 벌어지고 2028년에는 무려 2년이라는 메울 수 없는 격차로 확대될 전망이다. 김 교수는 기업이 위기에 처하는 이유는 AI 자체 때문이 아니라, 동종 업계의 경쟁사가 우리보다 먼저 AI를 능숙하게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특히 텍스트나 이미지를 만들어내던 '생성형 AI'의 시대가 마무리되고,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선택과 실행까지 완수하는 '에이전틱(Agentic) AI'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생성형 AI가 5분마다 지시를 내려야 하는 신입사원이라면, 에이전틱 AI는 한 달에 한 번 목표만 설정해주면 알아서 업무를 완수하는 베테랑 직원과 같다.당초 2030년으로 예상됐던 에이전틱 AI의 완성 시점은 기술 발전으로 인해 2027년으로 앞당겨졌으며, 이제는 바이브 코딩과 함께 얼마나 많은 에이전트에게 일을 위임하고 활용하느냐가 개인의 생존을 가르는 핵심 역량이 됐다.
지적 노동의 대량 생산과 일자리 재편, 정체성 혼란이라는 새로운 위기
과거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해 제조업의 대량 생산 시대를 열었듯, 이제는 그동안 수작업에 의존했던 영업, 서비스, 교육, 연구개발(R&D) 등 지적 노동 전반이 AI를 통해 대량 생산되는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김 교수는 인간의 업무를 '혼자 하는 일과 함께하는 일', 그리고 '정답이 있는 일과 정답이 없는 일'의 네 가지 조합으로 분류했다. 이 중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서 정답이 정해진 문제를 푸는 업무는 에이전틱 AI에 의해 100% 대체될 위험이 가장 크다. 반면 의사나 교사처럼 사람들과 소통하며 정답을 다루는 직군에서는 반복적이고 교과서적인 업무를 AI가 맡고, 인간은 상담이나 동기 부여, 회복 탄력성 함양 같은 '휴먼 스킬'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역할이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기술이 아닌 '감정 리스크'다. 가트너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에이전틱 AI가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을 경쟁자라는 정체성 혼란과 두려움 때문에 미국 전체 직원의 29%, 젊은 MZ세대 직원의 44%가 사내 AI 프로젝트가 실패하도록 고의로 방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도입 그 자체보다 기술을 왜 사용하며 그 혜택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인사(HR) 차원의 해법이 훨씬 중요해진 이유다.
전 인류 은퇴 시대? 지식과 학벌 대신 고유한 스토리가 무기다
인공지능의 기술 발전은 몇 주 단위로 이루어지는 반면, 사회·경제·정치 시스템이 이에 적응하는 데는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린다. 무엇보다 인간은 그동안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정의해 왔으나,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마치 '전 인류가 은퇴한 삶'을 맞이하게 돼 심각한 정체성 혼란에 빠질 수 있다.이에 대해 김혜연 안무가는 무용을 비롯한 예술 분야의 시각에서 해법을 제시했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활동을 금전적 가치나 효율성으로 환산하기보다 행위 자체에 몰입하기 때문에, 생산성을 AI가 전담하는 시대에 오히려 높은 생존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김 교수 역시 AI의 본질이 효율적인 대량 생산에 있다면, 인간의 경쟁력은 누구도 복제할 수 없는 '유니크함(고유성)'과 차별화된 개인 브랜드에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MBA) 졸업생의 50%가 실업 상태에 놓였을 만큼, 단순히 많은 지식이나 명문대 학위를 보유하는 것은 압도적인 데이터를 가진 AI 앞에서 더 이상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데이터 센터로 연결된 AI에게는 방대한 정보가 있을지언정 어린 시절 넘어지며 자란 자신만의 기억이나 삶의 궤적은 존재하지 않기에, 인간만의 고유한 스토리와 나다움을 찾는 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AI에 밀려날 것인가, 에이전트를 부리는 파운더가 될 것인가
결국 다가올 시대의 본질적인 경쟁은 '인간 대 기계'의 싸움이 아니라, '나보다 AI를 더 잘 활용하는 다른 인간'과의 경쟁이다. 김 교수는 실제 사례로 한 스타트업의 변화를 소개했다. 연초까지 25명이 근무하던 이 회사는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인력을 10명으로 줄이고 15명의 역할을 AI로 대체했는데, 오히려 매출은 두 배로 증가했다. 해당 기업의 창업자는 퇴근 후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AI 에이전트들이 밤새워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데서 큰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이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AI에게 일자리를 뺏기는 15명에 머물지 말고, 에이전트를 직접 지휘하며 일을 맡기는 운영자이자 파운더의 위치로 올라서야 한다는 것이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대체될 날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당장 에이전틱 AI를 학습하고 레버리지로 삼아 직접 운영해 보는 실행력만이 격변하는 시대에서 살아남는 확실한 생존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