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딸깍 만드는 시대… AI가 빨라질수록 중요해지는 창작자의 경쟁력

정유진 오티스예술디자인대학 국제입학처 부처장, 경험·판단력·설명 능력에 주목

유튜브 채널 '세바시 인생질문'이 정유진 오티스예술디자인대학 국제입학처 부처장과 함께 AI 시대 창작자의 역할을 살펴봤다. 포트폴리오 심사와 창작 현장의 사례를 통해, 결과물을 빠르게 만드는 기술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어떤 역량이 차이를 만드는지 짚었다. AI로 쓴 자기...

이주안 기자
누구나 딸깍 만드는 시대… AI가 빨라질수록 중요해지는 창작자의 경쟁력
사진 = 다세해뉴스

유튜브 채널 '세바시 인생질문'이 정유진 오티스예술디자인대학 국제입학처 부처장과 함께 AI 시대 창작자의 역할을 살펴봤다. 포트폴리오 심사와 창작 현장의 사례를 통해, 결과물을 빠르게 만드는 기술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어떤 역량이 차이를 만드는지 짚었다.

AI로 쓴 자기소개서 세 편.. 차이는 그 안에 담긴 이야기

정 부처장은 교육 콘퍼런스에서 접한 자기소개서 평가 사례를 소개했다. 학교의 장점을 나열한 글, 성장 배경을 설명한 글, 개인적인 어려움을 그림으로 극복한 경험을 담은 글 가운데 참석자들은 세 번째를 선호했다. 그러나 세 편 모두 AI로 작성된 글이었다. 그는 이 사례를 통해 도구의 사용 여부보다 자신의 경험과 관점을 내용에 얼마나 반영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AI가 창작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결과물을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2024년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된 실험에서는 AI의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참가자들의 짧은 이야기가 평균적으로 더 높은 창의성 평가를 받았다. 반면 작품 간 유사성도 높아졌다. 다만 짧은 이야기 작성이라는 제한된 과제의 결과여서 모든 창작 분야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이는 AI 활용과 고유한 관점이 함께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제작의 문턱이 낮아지더라도 비슷한 결과물 사이에서 자신의 작업이 선택받으려면, 무엇을 말하려는지와 누구에게 필요한지를 구체화해야 한다.

시안은 빨라졌지만, 완성까지 필요한 노동은 여전

정 부처장은 테마파크 콘셉트 디자이너의 경험을 전했다. AI로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각화하자 다른 부서에서는 작업이 거의 완성됐다고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브랜드에 맞춘 조정과 세부 수정이 남아 있었지만, 그 과정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일정과 업무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이 사례는 AI로 만든 시안의 완성도와 실제 납품 가능한 결과물을 구분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초기 이미지 제작 시간이 줄어도 요구사항 검토, 수정, 관계자 간 합의에 드는 시간까지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생산성 향상을 평가할 때도 첫 결과물의 생성 속도와 전체 프로젝트의 비용·품질을 함께 살펴야 한다.정 부처장은 반복 업무가 줄면서 신입 디자이너의 학습 기회도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보완할 방법으로 선택의 근거를 설명하는 훈련을 제안했다. 단순히 보기 좋다는 평가를 넘어 브랜드와의 적합성, 이용자의 가독성 등을 근거로 결과물을 고르고 수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완성본보다 설득력 있는 과정, 왜 만들었는가를 보여줘야

기억에 남는 포트폴리오로는 청각장애가 있는 친구의 동생을 위해 동화책을 만든 학생의 사례를 들었다. 학생은 관련 조사부터 제작, 실제로 책을 전달하는 장면까지 약 1년의 과정을 담았다. 정 부처장은 완성된 그림책뿐 아니라 작업의 동기와 타인에게 미친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오티스예술디자인대학의 공식 포트폴리오 안내도 AI를 초기 발상이나 브레인스토밍에 활용할 수 있지만, 지원자 자신의 창의적 사고와 의사결정, 제작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제작 과정에서 AI를 사용했다면 작품 설명에 이를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이러한 관점을 실무에 적용하면 포트폴리오는 결과물과 함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한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가 된다. 실패한 시안과 수정 이유, 최종 선택의 근거가 드러날수록 작업자의 판단을 평가하기 쉬워진다. AI로 확보한 시간을 더 깊은 조사와 검토에 사용하고, 그 선택을 동료와 고객에게 설명하는 능력이 창작자의 경쟁력을 구성할 수 있다.